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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오늘따라 사뎅이탕에 막걸리가 몹시 당긴다
언론인 김우영
2020-04-20 10:56:25최종 업데이트 : 2020-05-01 14:28:32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오늘따라 사뎅이탕에 막걸리가 몹시 당긴다

[공감칼럼] 오늘따라 사뎅이탕에 막걸리가 몹시 당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디 나가서 대포 한 잔 하기가 꺼려진다. 가끔 가서 속을 풀던 인심 좋은 식당은 대구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행궁동 마을 가운데 식당도 여민각 옆 식당도, 임시 휴업한다는 종이를 붙였다가 뗐는데도 내부가 한산하다.

식당과 마트에 간장과 고추장 등 식자재를 대는 셋째 동생은 매출과 수금이 부진하다면서도 애써 표정을 관리한다. 중국 생산공장에서 장난감과 판촉물을 들여와 공급해주는 막내 동생도 벌써 두 달 넘게 중국에 가지 못했다. 중국 현지에 파견했던 직원도 한국으로 바이러스를 피해 들어왔기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처지라서 사회 전체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 저녁은 유난히 뜨끈한 사뎅이탕에 막걸리를 한잔 하고 싶다. 그런데 막상 누굴 불러야 할지 망설여진다. 지척에 있는 ㅎ은 요즘 속이 안 좋다고 인상을 찡그리고, ㅊ은 감기기운이 있다며 두문불출, ㄱ과 ㅈ은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고 오로지 맥주만 들이붓는 인사들이라 패스, ㅇ은 막걸리를 좋아하지만 잘못하면 밤을 새야 하는 두주불사(斗酒不辭) 형이라 호출하기 조심스럽다. 아, 또 다른 ㅇ형이 있는데 집이 멀어서 지금 불러내긴 늦었다.

아, 오늘 술은 단념하자. 하지만 이미 사뎅이탕에 생각이 꽂힌 상태. 택시를 타고 수원종합운동장 남쪽 정문 근처에 있는 ㄱ해장국집으로 갔다. 6000원 1인분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 펼쳐 놨다. 참 푸짐하기도 하다. 1인분이라지만 서너 명이 먹어도 될 것 같은 양이다. 이집은 포장해가면 양을 더 많이 준다.

 'ㄱ'해장국집에서 사온 사뎅이 해장국 1인분. 양이 많아 이틀 동안 이것만 먹었다.

'ㄱ'해장국집에서 사온 사뎅이 해장국 1인분. 양이 많아 이틀 동안 이것만 먹었다.

사뎅이는 돼지 등뼈를 뜻하는 수원지방 말이다. 그래서 수원에서는 식당에서 '사뎅이탕', '사뎅이국'이라고 써놓은 집이 많았다. 사뎅이찜도 기억이 난다. 

돼지등뼈에 감자를 넣고 푹 끓여 내 온 이 음식을 수원사람들은 참 좋아했다. 사뎅이로 만드는 음식은 싸고 맛있고 푸짐했다. 주인들의 인심도 푸짐했다. 냄비의 바닥이 보여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크게 한 국자를 더 퍼다 넣어줬다. 

'여름 낙엽'이란 시집을 내곤 그야말로 여름 낙엽처럼 가을도 되기 전 일찍 세상을 떠난 안양의 시인 안진호 형도 수원 사뎅이골목의 사뎅이탕을 참 좋아했다. 안양상공회의소 신문을 만들러 수원에 올 때마다 나와 임병호 형을 불러내 사뎅이탕에 막걸리를 마셨다. 

매교에서 수원천과 큰길 사이, 현 이춘택 병원 뒤쪽으로는 사뎅이집 몇 집이 모여 있었다. 그래서 수원사람들은 이곳을 사뎅이골목이라고 불렀다. 

30~40여 년 전, 그러니까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던 내 20~30대 때 문학하는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참 많이도 돼지 등뼈를 쪽쪽 빨고 땀을 흘리며 국물을 퍼먹었다.

내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젖이 잘 안 나올 땐 내가 직접 정육점에서 사뎅이를 사다가 끓여주기도 했다. 들통에 물을 붓고 사뎅이를 넣은 다음 생강을 넣고 연탄불 위에서 서너 시간 끓이면 됐다. 그 다음 먹을 때 파와 소금으로 양념하면 그만이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돼지 한 마리 사뎅이가 불과 3000원도 안됐었다. 

그 어느 때부터인가 수원에서 사뎅이란 말은 점점 사라졌다. 대신 감자탕이란 말이 생겼다. 돼지등뼈에 감자와 우거지 등을 넣고 끓여 사뎅이탕이 된 것인데 주객이 바꿔 감자가 우선이 된 것이다.

현재는 감자탕보다는 뼈다귀탕, 뼈다귀해장국이란 말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이 음식을 파는 전국적인 체인업소도 뼈해장국이라고 부른다. 여행작가 고상환 씨는 수원사뎅이라는 좋은 말을 두고 굳이 '뼈다귀해장국'으로 불러야 하느냐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최소한 수원사람들은 이 음식을 사뎅이로 부르면 어떨까. 음식 이름으로 지역주의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잊힌 이름을 찾으면 또 하나의 수원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수원의 대표 음식 '수원사뎅이'가 생기는 것이니 기쁜 일이다. 다른 지역은 없는 것도 억지로 가져다가 맞추어서 자기들 것으로 홍보하기에 바쁜데. 왜 수원사람들은 사뎅이에 관심이 없는지도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수원사람으로서 그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돌아오라, 수원사뎅이!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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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김우영, 사뎅이탕,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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