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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의 새로운 가을 명소가 된 동공원(東公園)
김우영 언론인
2022-11-04 11:03:49최종 업데이트 : 2022-11-10 17:01:37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가을이 가고 있다. 얼마 후면 나뭇잎도 모두 떨어지고 화성 주변을 환하게 밝혔던 억새꽃들도 바람에 쓸려 없어질 터이다.

 

 

요즘 오후 산책길은 화성과 팔달산이다. 특히 동공원(東公園)은 매일 찾아가는 곳이다. 이곳엔 몇 년 전 심어 놓은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지금이 한창 만개해 절정의 경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관을 이룬 화성 동공원의 억새꽃(사진/김우영)

장관을 이룬 화성 동공원의 억새꽃(사진/김우영)

 

동공원은 5만9000평 정도로써 화홍문으로부터 퉁소바위가 있는 야트막한 산까지 이어진다.

 

산책을 하면서 세계유산 화성의 성벽과 부속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화홍문(북수문)과 방화수류정(동북각루), 용연과 고려 공민왕 때의 국사였던 진각국사대각원조탑비, 각건대(동북포루), 연무대(동장대) 등을 보게 된다.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과 동북공심돈도 연무대 옆에 있으니 그야말로 화성관광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창룡문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면 퉁소바위가 있는 퉁소바위 공원이다. 아이를 간절히 바랐던 부부의 애달픈 전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성곽 안쪽으로 걷는 것도 좋겠지만 이 무르익은 가을엔 바깥쪽 동공원 산책을 권한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억새꽃과 샛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은행나무, 고색창연한 성벽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냥 그대로 그림이고 시다.

 

 화성 각건대와 억새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사진/김우영)

화성 각건대와 억새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사진/김우영)동공원의 은행나무도 관광객들의 인기 사진 촬영지다.(사진/김우영)

동공원의 은행나무도 관광객들의 인기 사진 촬영지다.(사진/김우영)

 

제주에 사는 김용길 시인은 억새꽃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마른 햇살 허공에 날리고

바람 일으켜 세우며

빈 계절의 그림자 지우고 있다

먼 선 숲들이 등 돌려 눕는데

하늘 한 자락 끌어당겨 놓고

가을은 떠난다

나도 이제 떠나야겠다.
 

-김용길 시인의 '제주 억새꽃' 마지막 연

 

 

맞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다. 나뭇잎도 억새꽃도 들국화도...모두들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계절인데 난 왜 여기에 서서 이렇게 기쁨으로 충만할까. 나도 이제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인데 말이다.

 

아직 철이 덜 든 탓이다. 하지만 영원히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기쁨 속에서 가을을 맞이하면 참 좋겠다.

 

 

올해는 동공원 억새꽃이 장관이다. 어찌된 일인지 화서문과 서북각루 중간 억새꽃 개화는 지난해보다 못하다. 남수문 동쪽 언덕 동남각루 아래 억새들은 누가 줄기를 잘라내서 볼품이 없다.

 

대신 지난해까지는 듬성듬성했던 동공원 억새꽃들이 활짝 피어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저항 없이 바람을 끌어안은 억새꽃의 군무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몇 해 전 ㄱ박사와 나눈 말이 생각났다.

 

화성에 왜 억새가 많은 줄 아느냐는 그의 질문에 나는 경관을 위해 최근에 심은 것이 아니냐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 대답은 틀렸다. 성을 축성하면서부터 식재다고 했다.

 

억새군락지에는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시계(視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새꽃을 말려 불화살의 재료로 썼다는 얘기도 해줬다. 

 

 

그럴 것 같다. 또 억새 뿌리는 성벽 아래 흙의 유실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을 것이고 줄기는 지붕을 덮거나 동물의 사료로 사용할 수도 있었겠다.

 

뒤에 검색해보니 뿌리(망근)는 막힌 기혈(氣血)을 통하게 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고 해수, 백대하, 소변불리, 임병 등의 치료제로도 사용됐다는 것이다.

 

줄기(망경)는 이뇨, 해열, 해독, 풍사, 항암에 효능이 있고 짐승, 뱀, 독충 등의 동물에 물린 교상(咬傷)의 치료제로 쓰인다고 했다.

 

선조들이 억새를 심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올해는 동공원 억새꽃이 풍년이어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사진/김우영)

올해는 동공원 억새꽃이 풍년이어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사진/김우영)

 

내년엔 동공원의 억새꽃이 더 많이 퍼져 장관을 이룰 것이다. 이미 SNS를 통해 소문이 난 터여서 많은 관광객들과 시민, 사진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 가슴 설레는 풍경이 사라지기 전 카메라 챙겨서 방문하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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