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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염상덕 수원문화원장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김우영 언론인
2022-07-18 11:39:29최종 업데이트 : 2022-07-18 11:39:19 작성자 :   e수원뉴스


내가 수원문화원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현재 팔달구 보건소 자리에 있던 2층 목조 건물이 수원문화원이었고 2층은 '싸롱'이라고 해서 작은 강연회와 음악회. 전시회 등이 열리곤 하던 문화공간이었다.

 

시화전, 그림전, 우표전시회, 국제 펜팔 전시회 등 다양한 전시회가 열렸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 문예반의 시화전에는 꽤 많은 문학 소년소녀들이 다녀가곤 했다. 친한 이들이 꽃 한 송이 씩을 들고 와서 시화 밑에 붙여주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인기가 있는 친구는 10여 개 씩이나 붙어 있는데 반해 어떤 친구는 단 한 개도 없어 당사자 몰래 자신의 꽃을 떼어다 거기 붙여주고는 "네가 없을 때 어떤 여학생이 붙여놓고 가더라"는 거짓말도 했다. 아마 그도 눈치 챘을 것이다.

 

 

수원과 송탄에 연고가 있는 고 박석수 시인(소설가)과, 50년 가까이 남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는 임병호 시인을 거기서 만났다.

 

 

수원문화원과의 인연은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1987년 심재덕 원장이 취임하면서 월간 문화소식지 '수원사랑' 창간의 주역으로 활동했고, 수원여름음악축제(한여름 밤의 음악축제),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 효의 성곽 순례 행사에도 앞장섰다.

 

특히 수원천 살리기, 화성행궁 복원, 서호 살리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 일들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가 됐다. 한 때엔 수원문화원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수원문화원 50년사' '수원문화원 60년사' 편찬위원으로서 수원문화원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도 맡게 됐다. 수원문화원 부설 수원지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위촉, 나름대로 지역사를 정리한 원고를 써서 보내고 있다.

 

 

나는 역대 문화원장들과 크고 작은 인연들을 맺었다. 역대 원장들 모두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한 사람들이다.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김승제 원장은 수원지역 문화의 자양이 되고 초석이 된 인물로 수원문화원을 전국 최고의 문화원으로 만들었다.

 

심재덕 원장은 수원문화를 꽃피운 인물이다. 침체에 빠져든 수원문화를 화려하게 부흥시켰다.전기한 것처럼 수많은 문화행사와 캠페인, 화성행궁 복원 등 시민운동을 통해 수원을 역사와 문화도시로 격상시켰다.

 

염상덕 수원문화원장

염상덕 수원문화원장

 

그리고 염상덕 원장은 숙원이었던 수원문화원사 건립을 이루어냈다. 권선구 호매실동 1336번지 면적 5123.64㎡에 지하1층·지상3층 규모로 건립되는 수원문화원사 지상 1층에는 전시공간과 카페, 2~3층에는 449석 규모 공연장이 들어선다. 완공은 내년 8월.

 

일정이 겹쳐서 지난 3월 21일 열린 기공식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 뒤에 만난 자리에서 염원장은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서수원권 주민과 수원문화가족의 숙원"이었다면서 이 시설이 공간이 부족했던 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중요한 문화거점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일은 염원장의 숙원이기도 했다. 그런데 염 원장은 완공이 되기 전 수원문화원장 직을 내려놓았다. 원래는 오는 2024년 2월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사의를 표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만류했지만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다. 새로운 사람이 맡아서 더 의욕적으로 문화의 밭을 일궈야 한다" "건강도 걱정 된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사회는 그의 뜻을 받아들였고 새 원장으로 김봉식 수석부원장을 선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오후 2시 수원문화원에서 원장 이·취임식이 열린다.

 

 

염상덕 원장은 공직자 출신이다. 그가 수원시청 시민과장을 할 때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후덕했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발행하는 '경기문화저널'은 그를 '중용(中庸)을 아는 덕(德)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마치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무에 그리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순박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염원장의 얼굴과 눈빛을 보면 나 역시 편안함을 느낀다. 당시 시청 직원이나 현재 수원문화원직원들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문화원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무감각하게 살았을 것이라며 문화원에서 새로운 꿈을 꾸었다는 염원장은 재임기간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중요한 일들은 '수원문화원 60년사' 발간, '필동(必東) 임면수 선생 학술세미나'와 임면수 선생의 동상 건립, '수원시사' 발간, '수원사랑'영인본 발간, '수원 역사속의 나무' 발간, '수원생활문화센터' 개관, '인문학 역사탐방' 확대 등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재임 중 수원문화원에는 항상 시민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더 많은 사업들이 벌어졌을 터이고 더 많은 시민들의 찾아왔을 것이다.

 

 

염원장은 자신의 주머니도 흔쾌히 털 줄 아는 대인이었다. 크고 작은 일화가 많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 하나.

 

몇 해 전 수원화성문화제 때 제주 실버 합창단 단원들이 수원에 와서 공연했다. 단원 80명에게 수원갈비를 대접했다. 수원사람들은 갈비 값이 얼마인지 잘 알 것이다. 들리는 얘기론 염원장이 천만 원 정도는 썼을 거라고 한다.

 

덕분에 2019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 문학인 제주포럼에 갔을 때 제주문화원과 실버합창단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아, 원래 포럼 일정은 2박3일이었지만 염원장이 사비를 보태 3박4일로 변경해 하루를 더 있다 왔으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염상덕 원장(오른쪽)과 김봉식 신임 수원문화원장

염상덕 원장(오른쪽)과 김봉식 신임 수원문화원장

 

 

아쉽다. 그런 중에도 김봉식 새 원장에 대한 기대를 감출 수 없다. 오랫동안 염원장과 호흡을 맞춰온 그이기에, 정이 많고 소탈하면서 의욕 역시 충만한 그이기에 120만 인구가 사는 수원특례시의 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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