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달려온 프로야구가 이제 한국시리즈(KBO)를 향해 줄달음을 치고 있다. 올 최종 우승팀은 어느 팀이 될까. 올해도 팬들은 마음을 졸이며 지켜볼 것이다. 나는 다른 구기 종목도 좋아하지만 특히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야구는 타 구기 종목에 비해 한 가지 다른 성격의 룰을 갖고 있다. 뭔고 하면, 타 구기 종목들이 하나같이 적지(골문)를 파괴(?)해야만 점수를 얻는 데 반해 야구는 자기 집(home)을 떠나 자기 힘으로 1루, 2루, 3루를 거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와야만 점수를 얻는다. 이를 홈인(home in)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야구에는 희생번트가 있다(수원시포토뱅크, 사진/강제원) 그런데 야구에는 이런 화려한 홈런이 있는가 하면 시선을 별로 끌지 못하는 타격도 있다. 희생 번트라는 게 그것이다. 앞의 주자를 다음 자리(루)로 보내기 위해서 나는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타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뜻 보면 쉬운 것 같지만 번트만큼 타격 기술을 요하는 것도 없다. 번트를 제대로 하려면 자세를 낮추고 한 손으로는 야구 방망이를 중간 부분쯤 잡고 투수 쪽으로 몸을 향해야 하며 날아오는 투수의 공을 알맞은 속도로 줄여 운동장 안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다. 게다가 번트를 하려고 들면 수비하는 상대방 내야수들은 거리를 좁히기 위해 몇 발짝씩 앞으로 위치를 잡는 게 보통이다. 그들 사이로 공을 보내야 하지 만약 잘못해서 수비수 쪽으로 번트를 하면 앞주자는 물론 타격을 한 자기까지도 몰살당하고 만다. 그래서 나온 게 '병살타'란 오명이다.
'하필이면 감독이 날 더러 희생 번트를 하라네 나도 안타치고 싶고 홈런도 치고 싶은데 그래서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싶은데
좋다! 난 희생 번트 선수다 앞주자를 진루시키는 것이 내 몫이다 난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 앞주자만 살면 돼, 앞주만...'
난 오늘 누구를 위해 희생 번트를 댈까. 야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이곳까지 와 있는 데는 누군가가 희생 번트를 쳐 준 덕분이라는 걸 안 뒤부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