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태어나 수원 영화초등학교와 수원북중학교,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테니스 선수 정현은 수원토박이다. 그 정현이 이번에 '일'을 냈다.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에서 승승장구하더니 4강에 든 것이다. 호주오픈은 세계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다. 2015년과 2013년 국제테니스연맹 남자부문 올해의 선수상, 2012 ESPY 어워드 남자 테니스선수상, 2012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12 세르비아 국가 최고영예상, 2011 BBC 올해의 해외 스포츠 선수상도 수상했다. 그래서 페더러, 나달, 앤디 머리(영국)와 함께 세계 남자테니스 '빅4'라고 불리고 있다. 이런 선수를 꺾었으니 세계 테니스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정현은 조코비치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부모와 형이 앉아 있는 관중석을 향해 넙죽 엎드려 큰 절을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아전인수격인 생각이겠지만 역시 '효의 도시' 수원에서 태어난 '수원의 아들'이다. 옛 수원에는 아버지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때려잡은 고려시대 출천지효(出天之孝:하늘이 낸 효자) 최루백(수원 최씨의 시조 최상저의 아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현 수원에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지지대 고개 등 정조대왕의 효심이 곳곳에 남아 있다. 수원 삼일공고 테니스부 출신인 아버지 정석진씨는 대한항공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이후 1998년부터 이 학교 체육 교사 겸 테니스부 감독을 하면서 우리나라 테니스 인재를 육성했다. 그가 감독을 하던 시절 삼일공고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1위 자리를 차지해 수원은 한국 남자 고등학교 테니스의 메카로 인식되기도 했다. 당시 삼일공고와 수원화성 성곽 사이에 있는 테니스 훈련장에는 '000 선수 00대회 우승' '삼일공고 00대회 제패' 등 현수막이 항상 펄럭거렸다. 정현 선수가 지난해 11월 7~1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7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인 15일 수원시청을 찾아 염태영 수원시장과 만났다. 이날 염 시장은 한국 선수로는 14년 10개월 만에 세계 남자 프로테니스(ATP)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고향을 찾은 정현 선수를 격려했다. (왼쪽부터 정현 선수 어머니 김영미 씨, 정현 선수, 염태영 수원시장, 정현 선수 아버지 정석진 씨) 정현의 형 정홍 역시 삼일공고 테니스부 출신이다. 따라서 삼부자는 '삼일공고 테니스 동문'이기도 하다. 정현보다 세 살 많은 형 정홍은 현재 현대해상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선수로 주니어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데 2011년에 열린 삼성증권 챌린저에서 국내 최연소 챌린저 8강 진출 기록을 세웠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뽑혀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또 퓨처스에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내 정상급 선수다. 지금까지는 1981년 이덕희가 US오픈 여자단식에서 16강에, 이형택이 같은 대회 남자단식에서 2000년과 2007년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에 8강에 이어 4강에 오른 것은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다.
아버지와 형이 있는 테니스 집안이라곤 하지만 고도 근시와 난시 치료를 위해서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정현이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쓰는 주인공이 되고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오를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 수원은 또 한명의 걸출한 세계적 스포츠 스타를 보유하게 됐다. 축구의 차범근과 박지성에 이어 테니스의 신성(新星) 정현은 수원시민들의 자랑거리로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