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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두고 보자는 뒷심과 뱃심
정수자 시조시인
2021-12-30 16:33:05최종 업데이트 : 2021-12-30 16:32:29 작성자 :   e수원뉴스

인문칼럼

 

두고 보자. 대부분 다음을 벼르는 표현으로 쓰인 말이다. 경기나 다툼에서 지면 다음에 보자며, 설욕의 다짐으로 주로 썼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는 자기 다스림에도 써왔으니, 어찌 보면 수행의 표현 같다.

 

사실 졌다고 무릎 꺾이는 입장에서는 속말이라도 하게 된다. 그래, 한번 두고 보자고. 그렇게 보자니 이 표현에 뒷심이라는 말도 달려 나온다. 뒷심이 없으면 두고 보자는 속다짐도 잠깐의 상황 모면에 그칠 수 있으니 말이다. 끝까지 버텨 나가는 힘, 곧 뒷심이 있어야 어떤 경기나 일의 마무리도 끝까지 잘할 수 있다. 이런저런 게임에서 뒷심의 발휘를 높이 보며 박수를 더 힘차게 보내듯 말이다. 무슨 일이든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는 뒷심이 그만큼 중요하다.

 

톺아보니 뒷심에는 또 뱃심이 필요하다. '조금도 굽히지 않고 제 고집대로 버티어 내는 힘'이라는 뱃심의 풀이를 봐도 일상에서 늘 필요한 단전의 힘이다. 하고 보니 힘든 시절일수록 뱃심이 중요하고 뒷심이 절실하다. '마음으로 다지는 속셈'이라는 뱃심이 막판까지 끌고 나가는 든든한 힘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남의 뒤에서 버티고 도와주는 힘'이라는 뒷심의 또 다른 힘까지 보태면 더할 나위없는 힘의 시너지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한해 마무리에 들여놓을 만한 힘들을 당겨본다. 뒷심과 뱃심 그리고 그런 힘의 근원 같은 땅심까지. 그런데 땅심이야말로 만물을 기르는 깊디깊은 힘의 근원이다. 지금쯤 한해 농사 마치고 텅 빈 채 지쳐 보이는 땅이지만 속으로는 항심 같은 땅심을 꿋꿋이 기르고 있다. 그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기르는 땅심은 내년 농사를 위해 흙을 기름지게 만들어갈 것이다. 그렇듯 땅이 군소리 없이 회복을 하기에 지상의 먹거리도 새롭게 나올 수 있다. 그처럼 우리의 나날도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통해 이어지고 새로워지고 나아가는 것이겠다.

 

그런데 두고 보자라는 말에 좋은 뜻만 담긴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꼬나봄도 담보하기 때문이다. 분하게 졌다거나 수긍할 수 없는데도 물러서야 하는 경우에는 약간의 명분도 되지만. 그렇더라도 서로 관계가 깨지지 않을 만한 봉합의 마무리라면 두고 보자는 속말을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보다는 길게 두고 봐야만 확인되는 경우라면 무섭게 적용되는 말이다. 두고 봐야 알지, 그렇게 쓰면서 오래 두고 본 후에야 판단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두고 보자의 가치는 뒷심에서 나온다. 뱃심도 받쳐줘야 한다. 며칠 뒤면 치워질 2021년 달력을 보면서 버티기에 지친 올해의 뒷심과 뱃심을 되짚어본다. 크든 작든 계획이나 마무리가 제대로 안 된 게 있어도 이제는 그대로 마감을 할 때다. 아무리 애써도 맺음을 잘할 수 없는 일이야 새해의 새로 할 일에 넣어 처진 마음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되잡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두고 보자 안팎의 뒷심과 뱃심. 마음가짐의 가닥으로 잡아본다. 아쉬움 없는 헤어짐은 없으니 후회 또한 새로운 나아감의 발판으로 삼자고 되뇐다. 열심을 다하고 뒷심에 뱃심까지 썼더라도 초심의 마련을 생각할 때다. 땅심 같은 내 안의 힘을 바탕 삼으면 새로운 나날도 새뜻하게 열 수 있을지니!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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