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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기대 된다 황구지천의 변신
김우영 언론인
2022-01-03 10:16:51최종 업데이트 : 2022-01-04 10:48:24 작성자 :   e수원뉴스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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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화성시 봉담읍 수영리다. 그런데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난다. 동네가 아파트 숲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산책동무' ㄱ박사와 수원 종로에서 만나 평동, 고색동, 오목천동을 지나 수영리까지 걸었다. 둘 다 걸음이 빠른 편이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내가 살던 집터가 어디쯤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지형까지도 변했다. 저기가 앞본동, 저기는 강구벌일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큰 도로가 뚫린 장벌, 당아래는 그나마 알겠다.

그렇게 망연한 심정으로 마을을 돌아보다가 나오는 목장밭길, 노래 한곡이 떠올랐다. 남진이 부른 '가슴 아프게'다. 왜 그 노래가 생각났을까? 바로 이곳에서 그 노래를 부르던 둘째 삼촌이 떠 오른 것이다. 그이는 가수 지망생이었다. 가수가 되겠다고, 음반을 내겠다고 없는 살림에 작곡가에게 갖다 바친 돈이 꽤 됐다.

추억은 항구지천으로 이어졌다. 내가 열 살 무렵 쯤 삼촌과 동네 청년들이 황구지천으로 천렵을 갔다. 그때만 해도 물이 맑았다. 붕어, 가물치, 자라도 잡혔다. 모래무지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메기만한 놈도 있었다.

천렵국을 끓여놓고 술도 한잔 하는데 어찌 노래가 빠질 것인가. 동네 가수였던 삼촌이 '가슴 아프게'를 불렀다.

왜 그랬을까.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날 '울보'란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그 후 내 애창곡은 '가슴 아프게'가 됐다. 황구지천을 지날 때마다 그 노래와 함께 삼촌이 생각났다.

그 후 황구지천은 심하게 오염됐다. 폐수만 흘러 물고기가 사라지고 악취가 났다. 자연히 내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진> 벚꽃이 만개한 황구지천/사진 수원시포토뱅크 강제원

<사진> 벚꽃이 만개한 황구지천/사진 수원시포토뱅크 강제원



그런데 2003년부터 수원시가 하수처리장을 증설하고 하수관을 정비하는 등 정화노력을 펼친 결과 생태계가 살아났다. 2019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포유류 9과 15종, 조류 24과 44종 1329개체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보호종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03호, 멸종위기종 1급), 삵(멸종위기종 2급), 새매(천연기념물 제323-4호, 멸종위기종 2급),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8)도 있었다. 천덕꾸러기였던 황구지천이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된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최근 경기도 주관 '경기형 청정하천 공모'에 수원시가 선정돼 도비 200억원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수원시가 응모한 사업은 '물길이 통하는 황구지천 조성사업'이다. 왕송호수부터 농심교(권선구 금곡동)까지 3.38㎞ 구간 하천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2022년 설계를 시작해 2023년 착공한다.

왕송호수 앞에 분사형 분수광장을 조성해 야간 경관과 수질을 개선하고, 고속도로 교량 하부에는 범죄 예방을 위한 색채 공원을 조성한다. 산책로와 수변데크를 만들고,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황구지 물놀이정원'을 꾸민다고 한다. 민간협업사업으로 수변 공원도 만들면 지역 명소가 될 것이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호매실지구'·'당수1지구'·'당수2지구'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드는 총사업비는 도비 200억 원을 포함, 709억 원이다.

수원시는 황구지천이 "수해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하천, 생물 다양성이 살아있는 생태하천, 친수공간과 산책로가 있는 힐링하천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힌다. 시의 계획대로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피어나는 하천으로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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