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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새뜻한 마음의 자세
정수자 시조시인
2022-01-05 10:51:00최종 업데이트 : 2022-01-05 10:50:51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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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해를 맞았다. 어쩌면 새해에 도착했다. 우리가 걷고 걸어 새해라는 세계에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도착했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기존 인식을 달리 보는 데서 가능한 생각이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반칠환, 「새해 첫 기적」 전문)

 

새해에 많이 인용되는 시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는 것뿐인데 새해라고 달리 보니 놀라움을 일으킨다. 날거나, 뛰거나, 걷거나, 기거나, 구르거나, 모두 새해에 닿았다. 다시 보면 새해라는 것도 인간의 정한 지점일 뿐이다. 그런데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바위마저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니! 우리의 새해를 다시 보게 한다.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는 표현을 이끌어낸 다양한 존재의 보행법으로 공존 세상의 삶과 이치를 되짚게 하는 것이다.

 

시에서 보듯, 새해맞이 방식과 예의는 다양하다. 대부분은 일터에서 묵은해 배웅과 새해 마중을 같이했을 것이다. 올해는 그마저 영상 같은 방법으로 바꿔야 했으니 비대면의 세상이 한동안은 더 갈 듯하다. 비대면의 고립과 고독을 더 견디며 사는 글동네 사람들은 쓰기로 새해를 보내고 맞는다. 글이 곧 업(業)이라면 밥벌이요 전생의 업이기도 하니, 그럴 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앞세우며 새 힘을 북돋워준다.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들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부분) 지금은 시인이 강조한 "우리들의 대화"는 잠시 내리고 "우리들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는 대목을 높여야 할 때다. 그 무엇보다 바로 "우리들"이 새해를 여는 것이라는 귀띔을 귀하게 담아둔다.

 

굳이 어떤 의식을 치르지 않아도 대부분 새 마음을 다졌을 것이다. 새해부터 일기를 써볼까, 술을 줄일까, 담배를 끊어볼까, 운동을 제대로 해야지, 이해나 배려를 더 발휘해야지 등등. 일상에서 마음에 새겨도 잘 안 되던 것들을 재점검하며 내 삶의 좋은 동력으로 삼기도 할 것이다. 더 좋은 글을 써야 하지 않나, 이런 자탄과 다짐은 늘 하는 거라 새해라고 더하진 않지만. 그러면서 긍정적인 힘을 돋워주는 글들을 다시 본다. 새 마음을 오래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일랜드지방의 새해축시에 훈훈해진다. 일과 길과 벗, 그 속의 기쁨과 기대도 꺼내보게 된다. 더 밝게, 더 신나게, 더 평화롭게, 우리의 나날도 새뜻하게 채울 수 있기를.

 

당신의 손에 언제나 할일이 있기를

당신의 지갑에 한두 개의 동전이 남아 있기를

당신의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바람은 언제나 당신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친구의 손길이 언제나 당신 가까이 있기를

그리고 신께서 당신의 가슴을 기쁨으로 채우기를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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