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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어느덧 나도 ‘지공거사(地空居士)’가 되었다
언론인 김우영
2022-01-17 10:08:48최종 업데이트 : 2022-01-17 10:08:32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노을

 

이태 전인가, ㄱ박사가 내게 말했다.

 

"나도 올해부터 '지공거사'가 됐시유"

 

지공거사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만 65세 이상 늙은이를 그렇게 불러요"라며 웃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세월이 흘러 내가 지공거사가 됐다.

 

지하철 뿐 아니라 뿐만 아니라 지공거사들이 받는 혜택은 정말 많다. 우리나라는 '노인을 위한 나라'란 것을 이번에 알았다.

 

나는 해당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월 25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되며, 수도권 전철,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고궁과 국·공립박물관·공원·미술관 등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자주 가는 수원의 화성행궁과 화성박물관, 수원시립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겠다.
 

KTX, SRT, 새마을호, 무궁화호도 30% 할인되고 국·공립국악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공연장도 50% 할인 받는다. 여행을 좋아하고 공연장, 전시장을 즐겨 찾는 나를 위해 만든 혜택 같다.

 

그런데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자니 좀 미안하다.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느라 피곤에 절은 젊은이들의 공간을 빼앗는 것 같아서다. 게다가 일부 막 돼먹은 노인들이 지하철에서 행하는 추태를 접하고 나서 젊은이들에게 더욱 미안한 생각이 든다. '혐노(嫌老)'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니 더욱 더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데...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놀라운 일을 겪었다. 노인들은 러시아워 때 전철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봐 일부러 한가한 시간대에 탄다니.

 

자리양보도 기꺼워하지 않았다. 도쿄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이야기다. 나이 많은 할머니에게 '당연히' 자리를 양보하자 크게 당황하며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경로교육을 착실히 받은 내가 억지로 자리에 앉히자 그야말로 '좌불안석'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부' 노인들은 당연한 권리로 안다. 그래서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게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춘천과 아산이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하철 나들이 코스라고 한다. 지하철 1~9호선에다 분당선·신분당선·중앙선·경의선·수인선 등을 이용하면 동서남북으로 모두 연결된다.

 

무료로 전철을 타고 온양에 가서 온천욕을 하거나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고 올 수도 있다. 소래포구에 가보니 전철을 타고 와서 회를 먹거나 해산물을 구입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노인' 연령을 70세로 정하고 지하철 무임승차도 70세 이상으로 하자는 여론이 있다. 노인 무료 승차에 따른 연간 7천억원의 운임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도 현재 65세로 설정된 경로우대 제도의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평균수명 연장과 건강수준 향상 등으로 노인연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만큼 노인복지정책도 연령 별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복지부담으로 정부 재정이 급속이 악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하철·도시철도 무임승차(경로우대) 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자는 주장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노인들이 많다. 무임승차제 시행 이후 자유롭게 나들이를 다니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고민이다. '지공거사증'(시니어 패스)을 신청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 자존심은 '내 돈 내고 타겠다'는 것이다. 따가운 시선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요금을 냈는지 안냈는지 남들이 알 수는 없겠지만.

 

내 경우 아직은 지하철 요금 정도는 낼 수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생각하면 노인무임승차 연령을 올리거나 일정부분 유료화 하자는 주장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참 쉽지 않은 문제다.

 

지공거사 그룹에 합류한 나의 고민은 이것부터 시작됐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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