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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다는 것
윤수천/동화작가
2016-05-23 08:45:44최종 업데이트 : 2016-05-23 08:45:4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지난 16일은 성년의 날이었다. 올해 만 19세가 되는 젊은이들(1997년생)은 이날 모두 성인의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로써 유아기를 거친 청소년들이 비로소 어른으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이를 축하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안다. 

 성인이 된다는 것_1
사진/박찬미 시민기자

성인이 된다는 것, 그건 단순한 연령 획득의 의미가라기보다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진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해야 옳다. 조선시대에는 유교 관습에 의한 엄격한 성인 신고식이 있었다. 즉 관혼상제 중 '관'에 해당하는 관례를 거처야만 성인으로 인정을 받았으니, 남자아이는 15세가 기준이었고, 여자아이 역시 제례라는 게 있었다.

이 성년식은 고려 왕실의 성년례 풍습이 조선시대에 이르러 양반 계층에까지 널리 퍼진 것으로 남자는 갓 쓰고 여자는 비녀를 꽂아 성년이 됐음을 알렸다. 그리고 이 성년식을 치른 당사자들은 이웃 어른들을 찾아 차례로 인사를 올림으로써 사회인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그런가 하면 평민의 자녀들은 재미있는 형태로 나름의 성인식을 치르기도 하였다. 무거운 돌을 들어서 힘을 자랑하고 마을 어른들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여 신고를 하기도 하였다. 노동력이 절실했던 농경사회 특유의 성년식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었다. 아프리카 원주민 가운데는 숯불을 피워 놓고 성년을 맞은 청소년들이 맨발로 그 위를 뛰어 지나가야만 어른으로 인정해 주는 부족도 있었다. 이는 고통을 참고 이겨내야만 어른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인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번지 점프 역시 이 성인식에서 유래된 바 크다. 남태평양에 사는 비누아투 제도의 원주민들이 바로 그 번지 점프의 주인공들이자 원조다. 비누아투에서는 나무로 높은 탑을 세우고 '번지'라는 열대 넝쿨로 엮어 만든 긴 줄을 다리에 친친 묶은 뒤 뛰어내리게 하여 성인의 자격을 부여했다. 용기가 있어야만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나라마다 성인식의 의식 유형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참을성'을 요구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삶에는 그만큼 극복해야 할 고통이 많다는 말이 되겠다. 
살아보니 사실이 그렇다. 개인 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의 삶은 평탄하기보다 굴곡이 훨씬 더 많은 면을 갖고 있다. 축구공으로 치자면 제대로 공기가 주입된 경기장 안의 공이 아니라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진 골목길에 처박힌 불균형의 공이 인생이란 공이다. 처음 공장에서 나올 적엔 제대로 공기가 주입된 멋진 공이었겠지만 세월과 함께 여러 사람의 발에 채이다 보면 어느새 바람은 빠져나가고 쭈글쭈글한 공이 되는 것 같이 우리들 인간의 몸에도 삶의 고통의 자국이 남게 마련이다. 얼굴의 주름은 바로 그 어려운 삶을 살아낸 고통의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바로 제대로 된 어른이다. 한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해 나가려면 제대로 된 어른들이 많아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하는 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어르신'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하는 일도 사실은 그 때문이다. 어르신이란 말은 어른의 존칭어이다. 존경의 뜻이 담겨 있다. 나 역시 가끔 어르신이란 말을 젊은이들로부터 듣는다. 그 때마다 과연 내가 어르신으로 불릴 만큼 제대로 된 어른인가 자문하게 된다. 

산이 좋아서 틈만 나면 배낭을 꾸리는 친구가 있다. 젊은 날엔 이름난 산이란 산을 동네 산처럼 누빈 친구다. 이 친구가 어느 자리에선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껏 산을 오르면서 기도를 했다네. 나이를 먹을수록 산을 닮게 해달라고. 그런데 요즘 보니 점점 산과는 멀어지는 것 같아서 후회가 막급하다네."
후회가 막급한 건 그 친구만이 아닐 것이다. 어르신이라고 존경받는 이 땅의 어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오늘을 바라보며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필자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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