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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축제를 핑계 삼아
김재철/컬럼니스트, 농학박사
2016-05-28 16:19:58최종 업데이트 : 2016-05-28 16:19:5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고창엘 다녀왔습니다. 마침 학원농장 청보리 축제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4년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된 학원농장에서는 넓은 보리밭을 조성하여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의 경이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장주인은 전 국무총리 진의종씨 아들이지요. 기차를 타고 정읍에, 다시 버스를 타고 고창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고창에서 한 20분 서쪽으로 가면 '구시포' 라는 포구가 나옵니다. 해수욕장이지요. 바로 여길 갔습니다. 텅 빈 바닷가 백사장도 운치가 있더군요. 산뜻하고 시야가 탁 트여 보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니 평상시에는 잘 안 보인다던 핵 폐기장 설치문제로 말썽 많았던 부안 방면의 위도도 바로 눈앞에 보입니다. 

이곳 특산물은 고창수박, 선운산복분자술, 풍천장어 등이지만 하나 더 보태자면 바로 산란기인 봄철에 빈 소라껍질을 이용하여 잡아 올린 주꾸미입니다. 살짝 데친 것은 질기지 않고 연해, 씹히는 듯 그대로 잘라지며 아작 씹히는 옅은 맛은 그저 과식하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삶은 머리는 일미입니다. 주꾸미 머릿속에 온통 밥알 모양의 하얀 알들이 가득 차 있어 씹으면 삶은 고구마 맛도 나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나도는 수입 냉동 주꾸미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런데 요즈음 계속된 음주에 피곤했던지 목소리가 약간 쉬고 코 밑이 간질간질하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침부터 신경이 쓰였지만 어디 그런 것이 문제가 되나요. 막걸리와 주꾸미를 마냥 입속에 털어 넣었지요. 자고 일어나 보니 코밑에 물집이 잔뜩 생겼습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단순포진이 나타난 겁니다. 감기 걸리거나 피곤하면 잘 생기는데, 어찌합니까? 고창읍 소재 의원을 찾아갔지요. 의사 한 사람이 내과 외과 피부과 등 몽땅 진찰하는데 3일치 약 받고 주사 한 대 맞았습니다. 의사도 피곤했는지 오른쪽 아래 입술 끝에 딱지가 붙어 있더군요. 

학원농장 청보리 축제장에 도착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푸름이 온 천지입니다. 약 30만평, 그러니까 여의도면적 1/3 만큼 보리를 재배하고 뒷그루로 메밀을 심는답니다. 축제는 고창군이 지원하면서 농협은 물론 보건소 등 민관이 망라하여 매년 한 달 가까이 축제 한 마당을 꾸미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25만 명이 다녀갔다더군요. 널뛰기 등 전통놀이, 제기차기, 굴렁쇠 등 추억의 게임, 청보리밭 관광 꽃마차 등 체험행사도 있습니다. 누드 촬영대회가 있다고 기대에 부풀었지만 괜한 이야기였나 봅니다. 점심은 민속장터에서 비빔 보리밥에 반주는 약주, 맥주를 마셔댔습니다.  

청보리 축제를 핑계 삼아_1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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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축제를 핑계 삼아_2
청보리 축제를 핑계 삼아_2

점심을 끝내고 보리밭 사이 길을 걸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올라앉아도 까딱없을 정도의 무성한 보리밭도 관찰하였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으로 기념우표도 만들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한편 농경유물전시관에서는 농업용 옛 도구 등을 보여주어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리라 믿습니다. 

생각해 해보면 이번 고창방문은 화창한 날씨와 어울려 흥겨운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흥겨웠다는 것은 그만큼 마실 거리가 많았다는 의미가 되지요. 시골 의사는 코밑의 헤르페스 물집이 다 나을 때까지 술을 자제하고 피로하지 말라고 당부하였지만 어디 그게 쉽게 될 일입니까? 청보리 축제를 핑계 삼아 마냥 마셔댔으니 그만큼 자연 수명이 짧아졌겠지요. 단지 의사가 '술을 자제'하라고만 느슨하게 이야기한 것은 어차피 내 속내를 한눈에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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