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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윤수천/동화작가
2016-07-17 12:08:47최종 업데이트 : 2016-07-17 12:08:4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내 서재엔 외국에서 산 그림이 두 점 걸려 있다. 한 점은 집사람 회갑 기념으로 유럽 여행 갔을 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산 그림이고, 다른 한 점은 지난 봄 지중해 크루즈 여행 중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산 그림이다. 그렇다고 갤러리나 화랑을 찾아가 산 그림도 못 된다. 한 점은 노상의 그림가게에서, 다른 한 점은 캔버스를 펼쳐 놓은 무명 화가로부터 구입한 그림이다. 그러니 굳이 값을 따질 수도 없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들 그림이 내게 주는 행복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다. 피렌체의 고풍스런 도시의 풍경이 담긴 그림은 이국의 정취에 가슴이 설렜던 그날의 추억까지 끌어다 준다. 그런가 하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정박해 있는 선박들의 그림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안겨 준다.  
나는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면 어김없이 이들 그림에 눈이 머무는데, 그러면 몇 푼 안 들이고 내 것이 된 그 고마운 그림들이 신기하게도 머리를 맑게 해주고 막혔던 글의 타래를 풀어준다.

며칠 전 후배 문우가 내 서재의 그 그림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선배님은 역시 동화 쓰는 분답네요. 어쩜 요렇게 손바닥만 한 예쁜 그림을 구하셨어요? 선배님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요."
손바닥만 한 그림과 나의 작은 이야기들. 난 후배가 돌아간 뒤 이 둘을 연결 지은 후배의 혜안에 이번에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 없이 산 예술품에서 얻는 너무도 귀하고 소중한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요즘 들어 부쩍 이해를 못하는 게 하나 있다. 그림에 얽힌 사람들의 이런저런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이 그린 진작眞作이라 하는데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서는 위작이라고 한다. 이 진짜니 가짜니 하는 얘기는 이번뿐이 아니라 전에도 잊힐 만하면 등장하곤 했던 단골 메뉴다. 이미 고인이 된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도 아직 진위가 해결되지 못한 미완의 사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진품과 위작을 어떻게 가려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은 미술품이 행복의 가치보다는 재화로만 인식되고 취급되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고액의 그림은 곧 명화가 될 뿐 아니라 재산 증식에도 도움이 된다. 이래서 위작이란 괴물이 끊임없이 고개를 내미는 게 아닌가 싶다.

돈은 삶을 영위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동력이지만 때론 아름다워야 할 요소들을 먹칠하고 더럽히는 몹쓸 병균이 되기도 한다.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해진 한 중년 가수도 그림 때문에 지금까지 쌓은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그가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팬들은 그가 취미 삼아 그림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어느 날 느닷없이 전시회를 열고 그림을 팔았다. 그런데 그림 값이 보통 수준을 넘었고 이게 기어이 탈을 빚었다. 자기가 손수 그렸다는 그 그림들이 알고 보니 대작(代作)이었다는 것. 

그림은 순수한 예술품이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작가의 고뇌와 치열한 예술혼으로 탄생한 작품이 세속적인 가치로 추락하는 건 그 작가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물론 작가의 작품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갖고자 하는 이가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비상식적이고 추악한 미술 시장은 부끄럽기만 하다. 

꼭 비싼 그림이어야만 할까? 그리고 꼭 유명 작가의 그림이어야만 할까? 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설혹 화단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무명작가의 그림이면 어떤가. 갤러리나 화랑 대신 거리에서 구입한 값싼 그림이면 또 어떤가. 내가 좋으면 그 그림은 최고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림 감상법에 '남의 이야기에 끌리지 마라' 라는 말이 있다. 남이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가지 말라는 얘기다. 그림의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이유도 실은 여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살아 보니 행복은 거창한 것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보잘 것 없는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의 여신은 미소를 지으며 찾아온다, 그림이나 글씨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한 점, 글씨 한 점을 걸어 놓고 바라보는 것, 그게 곧 사람 사는 행복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_1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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