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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의기(義妓) 김향화를 추억함
최정용/시인, 에코마린뉴스 대표기자
2016-03-04 07:05:32최종 업데이트 : 2016-03-04 07:05:3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3월이다.
3·1절로 대변되는 독립만세운동의 달이다. '기미년 3월 1일 정오~'로 시작되는 그 노래가 사무치는 계절이다. 

수원지역 만세운동은 1919년 3월 29일,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 시작은 자혜의원 앞에서 봇물처럼 터진 기생들의 운동이다. 스물셋의 꽃다운 나이인 김향화가 선두에 섰다. 선봉에선 김향화는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운동을 이끌다 일제(日帝) 경찰에 붙잡힌다. 이후 2개월여 동안의 감금과 고문 끝에 경성지방법원 수원지청 검사분국으로 넘겨져 재판을 받는다. 일제는 보안법 위반으로 8개월을 구형, 최종 징역 6개월을 언도한다. 이 재판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기생에 대한 재판이라는 점과 또 하나, 수원지역의 수많은 기생들이 방청했기 때문이다. 의로움에 대한 흠모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터다.

당시 일제의 보고와 매일신보에 실린 기사는 자혜의원 앞에서 일제의 총칼을 무서워하지 않고 만세운동을 벌인 사람들로 김향화·서도홍·이금희·손산홍 등 수원예기조합 33명의 기생이라고  기록한다. 역사의 현장인 자혜의원은 일제강점기 읍성철거령과 함께 시작된 행궁의 파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제는 조선의 정신인 화성행궁을 무너뜨리며 식민지 행정기구와 병원을 설치, 식민지에 대한 시혜(施惠)적 측면을 강조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이를 위해 1910년 화령전(華寧殿)에 자혜의원을 설치한다. 화령전은 정조의 사당(祠堂)이었지만 1908년 9월 20일 정조의 위패와 어진이 덕수궁으로 옮겨지면서 빈 상태였다. 이후 자혜의원은 화성행궁의 정궁인 봉수당(奉壽堂)으로 옮겨졌고 다시 1923년 경기도립 수원의원으로 명칭을 변경, 봉수당을 허물고 근대식 병원건물을 짓는다. 이는 조선의 혼(魂)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꼼수 가운데 하나다.

민족의 상징인 화성행궁 파괴 음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기생들이 일제의 상징인 자혜의원 앞에서 거사(擧事)를 일으킨 것은 어쩌면 숙명이다. 그들은 대한제국이 일제 식민지로 재편되기 전까지 관청에 소속된 관기(官妓)들이었다. 하여, 화성행궁은 제2의 고향이었을 터, 당연하다. 정조대왕 이후 수원은 도시가 확장돼 화성유수부로 불렸다. 그리고 관기들이 소속돼 활동했던 곳이 화성행궁이다. 이곳에 일제의 병원과 경찰서, 식민통치기구인 군청이 들어서 자신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현실을 어찌 견디겠는가.

수원 의기(義妓) 김향화를 추억함_1
의기 김향화

또 일제가 공창(公娼)제도를 확장하면서 제일 먼저 실시한 것이 기생들에 대한 정기적인 성병(性病)검사다. 기예를 자랑하던 기생들을 일개 매춘부로 취급한 것이니, 오호통제(嗚呼痛哉)라 . 이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조선에 건넨 치욕이었다. 기생들의 고귀한 존재성을 무시하고 기생들을 자신이 사랑한 애첩, 게이샤(藝者) 수준으로 전락시키려고 했으니 일제의 식민통제책의 본질 가운데 하나다. 이를 꿰뚫어 본 수원 기생들의 '의(義)로 일어난(起)' 것은 당연하고 또 당연하다.

수원지역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 자혜의원 앞에서 수원예기조합의 모든 기생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또 하나의 의미는 이렇다. 당시 자혜의원 앞에는 일제의 수원경찰서가 있었다. 실제로 기생들을 통제하고 단속하던 곳. 가장 위협적 일제의 통치수단인 경찰서 앞에서 만세를 부르던 기생들의 대담함은 민족적 의기가 충만했다는 또 다른 증거다. 기생들은 일제 경찰에 의해 곧바로 체포됐지만 이후 시장 상인들은 철시(撤市) 투쟁을 벌이는 한편 노동자와 상인, 청년 학생들이 하나가 돼 일본인 상점과 관공서에 돌을 던지며 건물을 파괴하고 격렬한 항쟁을 벌였다. 기생들의 의거(義擧)가 수원 만세운동의 도화선이었다는 또 다른 증거다.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사적 제478호인 화성행궁 서면, 아직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김향화를 비롯한 기생들의 절규가 생생하다.
어찌 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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