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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좋아한 천상병 시인
윤수천/동화작가
2016-09-12 10:16:01최종 업데이트 : 2016-09-12 10:16:0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천상병 시인은 평생 자식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좋아했다.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아이라며 무조건 좋아했다. 천 시인이 얼마나 아이들을 좋아했느냐 하면, 아이를 가진 집보다도 아이 사진이 많았다는 사실에서도 증명이 된다. 

천 시인은 신문, 잡지, 달력 할 것 없이 아이들 사진만 나오면 오려서는 벽이란 벽에다 도배를 했다. 또 아는 이의 아들 딸의 사진을 얻어서는 책장이나 벽에 붙여 놓고는 "요놈 요놈, 요 예쁜 놈!"하며 심심할 때마다 말을 건넸다. 그럴 때 보면 천 시인이 그 아이들보다도 더 아이 같았다고 부인인 목순옥 여사는 책에다 썼다.

어찌 천상병 시인만 아이들을 좋아했겠는가. 이 땅의 어른들이라면 아니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좋아할 것이다. 그 아이의 피부 색깔이 어떤 색이든, 어떤 언어로 말을 하든 모든 아이들은 다 귀엽고 예쁘다. 심지어 아이들의 우는 모습까지도 예쁘다. 그건 마치 온 세상의 꽃들이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예쁜 것과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에서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게 뜸해지고 있다. 이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아쉬움을 넘어 어느새 사회 문제로까지 와 있다. 더욱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2006년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은 것. 그 시기까지 언급했다. 서기 2750년이다. 2750년이면 고작 600년밖에 안 남았다. 우리에겐 상당히 기분 나쁜 보고서지만 그렇다고 코웃음만 칠 수도 없다. 왜냐 하면 10년 전의 보고서가 어쩜 이렇게 요즘의 우리 현실과 맞아떨어지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첫째, 결혼 대상자들의 결혼 시기가 해마다 늦어지고 있다는 것. 둘째, 결혼을 하더라도 이미 생산능력이 없는 신혼부부가 는다는 것. 셋째, 아예 처음부터 아이를 안 갖겠다는 것. 넷째, 결혼 그 자체를 거부하는 독신주의자들이 는다는 것. 이쯤 되다 보니 출산율은 2015년 기준 1.24명에 머물고 말았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오죽했으면 정부에서 출산을 독려하고 각 지자체마다 출산에 따른 각종 혜택 방안을 내놓겠는가. 물론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우기가 어려운 우리 사회의 현실도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산을 아예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땅에 태어난 이상 후손을 낳아야 함은 우주의 섭리인 동시에 태어난 자의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식물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손을 퍼뜨리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나는 길을 가다가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출 때가 있다. 딱딱한 보드불럭 사이를 뚫고 나와 꽃을 피운 저 작은 풀꽃을 보았을 때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저 어린 것이 어떻게 그런 위험한 짓을 저질렀는지! 아니, 한 줌도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저 작은 생명이 저런 엄청난 일을 저 무시무시한 도시 한 복판에서 감행했는지!

 

 아이들을 좋아한 천상병 시인_1
아이들을 좋아한 천상병 시인_1

나는 그 풀꽃에게 묻고 싶다. 누가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하라고 했는가를. 무엇을 위해 그런 고통을 자처했는가를. 모르면 몰라도 풀꽃은 질문자를 향해 대답 대신 물끄러미 쳐다볼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이가 그걸 몰라서 묻느냐고. 심히 딱하다는 듯 혀를 찰지도 모른다. 

하찮아 보이는 저 풀꽃의 삶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후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자세를 배워야 한다. 얼마나 감동적인가. 나 하나만 즐겁게 지내다 가면 된다는 삶처럼 이기적인 생은 없다. 그건 생명을 주신 분에 대한 배신행위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인구 증가를 축복으로 여겼고 이를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는 한기부에 살던 여종이 한꺼번에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낳자 나라에서 곡식 200석을 상으로 내렸다는 기록이 전한다. 조선 시대에도 세쌍둥이 이상을 낳으면 나라에서 곡식을 상으로 내렸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국력이 커진다고 보았다. 오늘날 우리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이유를 조상들은 일찌감치 내다봤던 것이다.

 "요놈, 요 예쁜 놈!"하며 아이들을 좋아한 천상병 시인이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아이들을 하느님의 존재로 여긴 시인의 마음이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르게 우러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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