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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숏컷에 그냥 박수를!
정수자 시조시인
2021-08-09 14:59:50최종 업데이트 : 2021-08-11 14:07:28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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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 새삼 '페미'를 다시 본다. 페미니스트/페미니즘의 줄임말로 자리 잡은 페미. 본말은 어디 가고 줄임말이 대세다. 줄임말 천지라지만 페미에는 새로운 세(?)까지 더해진 느낌이다. 논란의 판에 자주 불려나오다 보니 단어도 더 뜨거워졌나 보다.

 

그런데 왜 페미 논란이 올림픽에 뜨는가. 그것도 운동선수 머리모양을 갖고. 남성 중심의 올림픽 역사에 여성 참여가 늘며 성평등에 조금씩 다가간다는 21세기에 페미 운운 공격이라니, 어이가 없다. 일단 그 자체를 대다수가 실소하고 있으니 극소수의 침소봉대 해프닝일 수 있겠다. 문제는 무슨 큰 이슈인 양 불붙이는 언론과 이를 기회 삼는 일부 인사들의 숟가락 얹기다.

 

정작 당사자는 담담하다. 그럴수록 '그냥 편해서'라는 안산선수의 답이 돋보인다. 본인이 그냥 편해서 짧은 머리를 한다는데 왜 뭐라고들 하는가.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이고 표현인 스타일에 왜 '여대'까지 얹어 이러쿵저러쿵하는가. 숏컷은 운동선수가 아니라도 얼마나 편한 머리모양인지 여성이면 다들 잘 안다. 감고 말리기 편한 짧은 머리가 시간 절약은 물론 헤어제품이며 드라이어도 덜 쓰게 하니 환경과 경제에까지 좋은 매우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그런 숏컷도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취향대로 하게 됐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짧은 머리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셈이다. 그만큼 긴 머리 선호는 현대에 와서도 지속됐다. 긴 머리가 청순가련형의 대명사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포장되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 스타일로 소비된 긴 머리에 영상의 매력까지 가미한 것이다. 요즘도 시대극에서는 치렁치렁 긴 머리가 여성의 위상과 아름다움 표현에 활용된다. 몸을 온통 조여서 특정 부위만 풍성하게 부풀리는 불편한 옷치장과 함께.

 

요즘은 머리모양의 자유로운 표현을 최대한 구가한다. 노후가 길어지며 머리의 힘도 더 부각되고 있다. 매일 머리카락을 모신다는 탈모 고민이며 탈모 방지제품 광고들이 이를 보여준다. 머리모양이 외모의 80%를 좌우한다는 미용인의 말이 아니어도 충분히 이해되는 게 머리 고민이다. 그만큼 젊은 남자들도 펌과 염색 등으로 머리모양을 마음껏 가꾸고 즐긴다. 그런 판에 한 운동선수의 숏컷을 문제 삼으며 시작된 온라인의 성차별 공격은 우리 사회의 민낯 반성으로 지나가려니 한다.

 

사실 페미라면, 나혜석쯤은 돼야 찐 페미니스트지 싶다. 수원출신 최초의 여성서양화가 나혜석은 작가로도 활약했는데 주로 여성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글(시·논설·소설)을 대차게 썼다. 가부장사회에서 '여자도 사람'임을 꿋꿋이 쓰고 행동한 그의 페미니즘은 훗날을 이끈 큰 걸음이었다. 그만큼은 아니라도 일상 속의 온건한 페미니스트는 생각보다 많다.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나 사상'이라는 페미니즘 정의를 외치지 않아도 차별 철폐에 애쓰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페미든 무엇이든, 극단적인 쪽에서 혐오 같은 것으로 문제를 키우지만 말이다.

 

공정을 맨 앞에 두는 요즘. 공정도 차별이 없어야 가능하다. 성차별은 물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차별까지 없애야 공정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바람과 믿음의 실천에는 남녀가 따로 없을 것이다. 하여 덧붙이니, 남의 스타일을 저의 잣대로 품평하다 차별에 합세하지는 말 일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정수자 프로필 및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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