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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맨손잡기, 또는 물고기 가혹행위
박두호/언론인, 왓츠뉴스 대표
2012-11-07 10:24:13최종 업데이트 : 2012-11-07 10:24:1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올해도 변함없이 전국에서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 가운데 바다, 강과 관련된 축제에는 물고기 맨손잡기가 꼭 들어간다. 바다 한쪽을 막거나 커다란 물간을 만들어 여러 가지 고기를 잡아넣는다. 생물을 구할 수 있을 경우 바다나 강에서 직접 잡은 것이고 아니면 양식한 물고기들이다.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곳에 물고기들이 풀린다. 
이윽고 축제 참가자들이 일제히 물속에 뛰어든다. 물탕을 튀기며 쫓아다니다 보면 펄떡거리는 물고기를 손에 쥐게 된다. 옷을 모두 적신 채 고기를 들어 올리는 웃음 가득한 얼굴이 보도하는 TV 화면 가득 떠오른다. 물고기 맨손잡기 체험이다.

바다와 관련한 축제에서는 광어, 우럭, 숭어, 농어, 붕장어 등이 놀이감이다. 전어가 잡히는 것도 보았다. 조기잡기도 한다는데 바다에서 잡아 산 채로 가져오기 어려운 조기를 어떻게 살려올지 궁금하다. 
민물에 사는 물고기 가운데는 연어, 민물장어, 산천어가 등장한다. 강원도 어디에서는 금 한 돈의 태그를 꼬리지느러미에 부착한 메기를 풀어놓고 잡도록 했다. 잡은 메기의 지느러미에 태그가 있으면 금 한 돈으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어떨까. 어디선가 그물에 잡혀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상태에서 잠시 풀려났나 싶었는데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등에 사람 손이 닿았다 떨어지기도 하고 발에 채이거나 밟힌다. 물고기는 잡히는 순간까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달아나야 하는 생존게임 중이다. 동물의 생존본능이 무섭게 작용하고 있다. 

그것도 달아날 구멍이 모두 막힌 조건에서. 손에 잡힌 물고기의 파닥거림을 생동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직감한 물고기가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다른 표현일 뿐이다.

물고기를 그물이나 낚시로 잡는다. 이때 물고기는 잡히기 전까지 위험을 모른다. 
한 순간에 승패가 나고 게임이 끝난다. 맨손잡기 물고기처럼 갇힌 상태에서 쫓기는 공포는 없다. 가축을 도축할 때도 가능한 죽음을 예감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고통의 순간을 짧게 하는 게 기술이다.

물고기 맨손잡기를 제공하는 기관에서는 향수, 또는 추억을 되살린다는 취지를 내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장담컨대 1%도 안 될 것이다. 
차라리 우리 몸속에 남아있던 수렵채취시대 조상들의 DNA가 잠시 드러났다거나 약육강식의 동물적 본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표현이 더 솔직한지 모르겠다. 대상 물고기의 죽음에 직면한 공포를 담보로.

지금쯤 어느 동물보호단체가 축제장의 물고기 맨손잡기 행사장에 나타나 물고기에 대한 가혹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만도 한데 아직 그런 뉴스는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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