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공공성을 배우는 장소
양훈도/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
2013-07-14 13:01:05최종 업데이트 : 2013-07-14 13:01:0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
터키 에페수스 유적지에 가면 셀수스(Celsus) 도서관 터가 남아 있다. 서력기원 2세기에서 3세기에 걸쳐 융성했던 도서관이다. 지금 남아 있는 2층 전면(全面)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초대형 도서관이 틀림없다. 당시엔 세계 3대 도서관으로 꼽혔다나. 두루마리 책이 무려 1만2천권이나 갖춰져 있었단다. 그 무렵 1만2천권이면 없는 책이 없는 도서관 맞다. 도서관은 공공성을 배우는 장소_1 공공도서관은 공공의 지적 재산을 제멋대로 사유화하라고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공도서관은 공공성의 의미를 깨닫고, 공공의 규율을 받아들이며, 공공성을 함께 함양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되며, 설령 잘 모르거나 부주의해서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경우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엄격하게 익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공공도서관은 단순한 서비스 기관이 결코 아닌만큼 말 같지 않은 민원은 무서워 할 게 아니라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언젠가 TV에서 이스라엘의 도서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도서관에는 책 대신 일대일로 마주앉아 토론할 수 있는 큰 방이 마련돼 있었다. 나이 지긋한 랍비와 젊은 학생들이 그 큰 방에 가득 들어앉아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멘토 랍비들과 진지하게 끝없는 토론을 이어갔다. 그렇다. 21세기 도서관이 중세 수도원 같은 엄숙주의를 더 이상 고집할 이유는 없다. 책을 물신화하는 빗나간 신성 공간이어서도 곤란하다. 유쾌하고 발랄하고 시대감각에 맞는 자유분방함이 우리의 공공도서관에서도 허용되어야 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젠 학교에서도 잘 가르치지 않는 공공성을 배우고 익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공공도서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셀수스 도서관 같은 초대형 하드웨어가 아니다. 지킬 건 지키는 소프트웨어다. ※뱀발; 작가 호르헤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을 것"이라고 했다 한다. 하도 책을 읽어 말년에 시력을 잃었다는 도서관 사서 출신답다.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지냈다, 만약 그가 부활해서 수원 공공도서관을 방문한다면 그래도 "도서관이 천국"이라고 할까? 제발 그래야 할 텐데….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