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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詩가 있는 버스정류장
정수자/시인.문학박사
2008-04-17 11:19:31최종 업데이트 : 2008-04-17 11:19:3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詩 꽃이 만발했다. 거리에 시의 꽃을 환하게 피운 것이다. 서울 강남구가 현대시 100주년 기념으로 연 시 잔치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좋아 꽃 같은 웃음이 여기저기 피어난다는 전언이다.

버스 정류장이든 건물 옥상이든, 눈 가는 곳에 시가 있다. 시에 끌려 마음이 잠시 촉촉해진다. 그리운 사람이나 두고 온 고향 같은 게 아련히 스친다. 그러는 동안 우리 마음도 한층 맑아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말한 카타르시스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 덕에 강남구민의 행복지수며 문화지수도 높아진다던가.

돌아보면, 시에 대한 추억이 많을 법하다. 우리 모두 문학소녀 소년의 감성적인 시간을 지나 무덤덤한 어른이 되었으니 말이다. 연애편지에 좋은 시구를 베끼며 달뜨던 시간들, 혹은 시를 향한 짝사랑과 실연의 시간들. 그런 향수 때문인지 요즘은 뒤늦게 창작의 길로 들어서는 이도 많다. 게다가 외국에 비하면 시집 발행 부수나 시 잡지도 많은 편이라니, 우리는 분명 시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보다.

그러나 젊은 층은 다르다. 시를 잘 몰라도 그냥 설레고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시와 자주 놀지 않은 탓이다. 딱딱한 분석 위주로 입시에 필요한 정도만 시를 보고 치워버리는 교육현실 탓이다. 물론 시가 어려워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시와 다시 놀면 더 친해질 수 있거니와, 시의 힘을 이용할 수도 있다.

얼핏 보면 시는 참 무력하다. 무엇보다 이 시대가 모시는 돈이 안 되는 점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렇지만 그 무용의 힘이 의외로 세다. 시가 근원적인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정화 외에도 시는 위로나 치유 같은 좋은 힘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외국에서는 시 치료도 활발하다. 미술이나 음악에 의한 치료처럼, 마음 다친 사람들을 시로 치료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시는 범죄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 남미의 어느 도시는 시 축제를 여는 동안은 범죄율이 현저히 준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시인을 초청하여 해마다 시축제를 열며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 쇄신만 아니라 사람들 마음의 정화에도 이용 가치가 높은 것이다. 더 좋은 것은 그 모두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시를 통한 행복지수 높이기도 생각해볼 만하다. 우리는 광교산에서 눈길을 끄는 시편을 간간이 만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시 앞에 가만히 서 있다 가는 것을 보았다. 시의 향기에 잠시나마 젖어보는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런 힘 때문에 시를 곳곳에 걸어놓은 강남구가 신선한 뉴스거리였을 것이다.

우리도 버스를 기다리며 시를 읽고 싶다. 정류장에서의 시 한 편이란 얼마나 운치가 있는가. 그게 수원에 대한 시이고, 수원 시인의 시라면, 애향심과 자긍심도 높일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누가 봐도 탐나는 참신한 디자인이라야 한다. 시를 바꿔 걸 때면 폐기하기 아까워 수원시 역사박물관에 들여놓을 정도로 말이다.

시는 마음의 고향이고 정신의 본향이다. 그 마을에는 세상의 그리움과 기다림이 다 모여 산다. 때 묻은 우리 영혼의 귀향을 기다리는 시들이 있다. 가끔씩 그곳에 가서 영혼을 맑히면 정신 건강에도 좋다. 그보다 우리 곁에 시를 데려와 노닐면 더더욱 좋으리라.

* 약력 : 시인, 문학박사(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시집 『저녁의 뒷모습』,『저물 녘 길을 떠나다』
         저서(공저) 『한국현대시인론』 
 중앙일보 시조대상, 한국시조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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