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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초가집의 추억과 상품화
정수자/시인.문학박사
2009-08-03 07:56:43최종 업데이트 : 2009-08-03 07:56:4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한옥'은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은 집을 이르는 고유명사다. 초가집도 기와집도 다 한옥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옥 하면 기와집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옥이 이제는 기와집에만 한정되는 명칭이자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사실 기와집보다 먼저 나온 한옥은 초가집이다. 기와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갈대나 억새, 띠 등으로 지붕을 엮고 살아 왔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草家'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문학에서는 '띠집'이라는 표현도 종종 쓰곤 했다. 그런 풀 지붕을 볏짚으로 바꾼 것은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로, 삼국시대부터 이미 초가와 기와가 공존해온 것을 볼 수 있다. 

초가집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고락을 함께 해왔다. 그래서인지 초가집이 더 정겹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의 집이었고, 나 자신이 살아온 집이라는 추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초가집이 우리 산하에서 사라진 것은 새마을운동이 한창 위세를 떨치던 무렵부터다. 효율성만 앞세운 단견이 전국의 초가집을 다 몰아내고 만 것이다. 기와나 슬레이트로 바꿔버린 정책이 이후 한옥에 대한 기억까지 바꿔놓은 셈이다.  

하지만 초가집은 장점이 아주 많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두툼한 지붕의 아름다움이다. 부드러운 곡선은 뒷산의 나지막한 능선을 꼭 닮았고, 그 산들이 품고 있는 무덤들과도 닮았다. 그렇게 두르고 있는 둥그스름한 능선과 초가지붕과 장독대를 만나면 어느 곳이든 우리 마을 같고 우리 집 같아 목이 멜 지경이다. 해질 무렵 거뭇하게 드러나는 초가와 능선과 무덤에 한복의 선까지 겹쳐 보면 우리 민족의 원형적인 미감에 가슴이 다 먹먹해진다.   

아름답기만 한가. 초가지붕은 단열과 보온에도 뛰어나다. 여름이면 뜨거운 볕을 걸러 시원하게, 겨울이면 볕을 품어 들여 따뜻하게 할 줄 안다. 한여름에도 대청마루에 누우면 서까래며 대들보며 눈맛까지 시원한 게 피서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여름밤이면 하얀 꽃을 피우는 박 덩굴을 올리는 운치는 또 어떠한가. 낙안 읍성이나 민속촌, 전라도 돌담 초가마을 등은 그런 초가집 추억의 재현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거기에 이런저런 전통 행사를 곁들이며 추억을 효과적으로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칼럼]초가집의 추억과 상품화_1
[칼럼]초가집의 추억과 상품화_1
수원에도 초가집을 되살리면 좋겠다. 그것도 화성 안에 말이다. 1970년대만 해도 화성 안에 초가집이 꽤 많았으니 새 한옥마을도 기와집과 초가집의 공존으로 꾸미는 게 옳다. 수원역사박물관 근대기획전과 화성박물관 화성사진전에서 본 초가지붕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라고 속삭인다. 그런 일은 기억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동안 해야 한다. 뜻만 있으면 매년 이어야 하고 화재에 약하다는 단점쯤은 강점으로 삼을 수 있다. 초가집 추억의 상품화 같은 관광 수요 창출의 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선 해마다 지붕 잇는 날을 축제화하는 방법이 있겠다. 그 날을 시민과 관광객의 잔치마당이자 아이들의 견학 기회로 삼는 것이다. 술이며 떡 등을 푸짐히 나누고 거기에 어울리는 놀이까지 개발하면 모든 과정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 한옥마을이야말로 시너지효과는 물론 화성 전체의 매력과 미적 운치를 높일 것이다. 화성 안에도 이제 정겨운 이마를 맞댄 초가집에서 돌담 너머로 부침개를 나누는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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