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간다. 하루가 멀다한 폭염특보에 전국 대부분이 초열(焦熱)지옥에 떨어진 느낌이다. 무더위 소고(小考)_1 그렇다면 에어컨 없던 선인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정조(正祖)의 "더위를 물리치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듯, 선비들이 가장 즐긴 피서(避暑)는 피서(披書)였다. 피서는 가벼운 책 읽기다. 윤증(尹拯 1629∼1714)은 "구름은 하늘가에 머물고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으니, 누가 이 큰 화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을 고채(菰菜)를 맛보거나 수정처럼 차갑게 될 방법 도무지 없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바르게 하여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제일이구나"라며 피서(披書)를 내세운다. 또한 연암 박지원은 "사람들이 심한 더위와 모진 추위를 만나면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하다"며, "옷을 벗거나 부채를 휘둘러도 불꽃같은 열을 견뎌내지 못하면 더욱 덥기만 하고, 화롯불을 쪼이거나 털배자를 껴입어도 찬 기운을 물리치지 못하면 더욱 떨리기만 하는 것이니, 모두가 책읽기에 마음을 붙이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라고 종형(從兄)에게 올린다. 다만 정약용은 '더위를 식히는 8가지 방법(消暑八事)'에서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를 한 방편으로 삼고 "더운 날에 졸음이 와서 책 보기는 싫어라, 손님 모으고 바둑 구경 그 계책이 괜찮구려" 하여 더위를 식히기 위해 책 보기보다는 바둑구경이 괜찮다고 하였다. 독특한 선인도 있다. 정경세(鄭經世 1563~1633)는 무더운 날에 문을 닫고 방안에 앉아 더위를 이겨냈다. 모두들 어리석다고 비웃었지만 "방속 깊이 있는 나를 괴이하게 여기지만 고요 속에 서늘한 기운이 있는 것을 누가 알리". 이는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라는 사제 토마스 아 켐피스의 말과도 통한다. 선인들을 본받아 책으로 둘러싸인 구석쟁이 방에 틀어박혀 상상력을 발휘하고, 가볍게 책을 읽거나, 미적미적 귤중지락(橘中之樂)에 빠져도 온 몸이 후덥지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하삭음(河朔飮)으로도 더위를 감내하기 어렵다. 연암 박지원이 털어놓듯 "요컨대 자기 '마음속 더위'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지만 올 더위 속에서도 '개·돼지들'의 슬픈 소식과 독선, 불합리가 판을 친다. 급기야 "나무에 붙은 매미는 울음소리 사라지고 털토시에 앉은 매는 하늘 솟을 마음이 없다". 이미 "혹독한 더위와 불같은 수심이 함께 오장육부(五臟六腑)속에서 서로 볶아 대기에", 계절이 바뀐다 해도 내 '마음속 더위'는 언제쯤 빠져나갈지 걱정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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