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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문화의 터전을 일군 '큰 어른' 고 김동휘 선생
김우영 언론인
2023-06-11 18:41:56최종 업데이트 : 2023-06-11 18:41:43 작성자 :   e수원뉴스

수원문화의 터전을 일군 '큰 어른' 고 김동휘 선생


수원민예총 박설희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수원과 화성을 빛낸 문화예술인을 조명하는 책을 발행하는데 원고를 써달라는 것이다. 대상 중의 한명이 김동휘 선생(1918-2011)이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김동휘 선생을 택했다. 젊은 시절부터 이어졌던 인연이 결코 짧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집필을 사양했다. 알고 보니 '소설 김동휘'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소설을 써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내가 존경하는 어른에게 누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김동휘 선생은 내가 꼽는 몇 안 되는 지역의 큰 어른이었다.

1999년 김동휘 선생

<사진> 1999년 김동휘 선생.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내가 선생을 만난 것은 수원문화원에서였다. 고 심재덕 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월간지 '수원사랑'을 만들었고 거기에 선생의 글과 사진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행기였다. 몰론 그 전에 수원예총 행사에서도 뵙기는 했다.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수원문화원이 주도한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와 수원화성문화재단 창립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선생은 김승제 전 수원문화원장과 함께 수원문화원을 전국 최고의 문화원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예총 수원지부와 한국사진작가협회 수원지부를 창립, 초대 지부장을 맡아 수원예술발전에도 기여했다.

 

특히 1989년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원장으로서 심재덕 전 시장과 함께 화성행궁 복원의 토대를 놓았다. 당시 위원장 김동휘, 부위원장 홍의선·안익승·심재덕, 추진본부장 이홍구, 기획부장 임병호, 총무부장 송철호, 사료편찬부장 이승언, 섭외부장 김상용, 그리고 홍보부장으로 본인(김우영)이 선출됐다.

 

선생은 초창기 수원화성국제연극제를 주최했던 수원화성문화재단(현 수원문화재단과 통합) 초대 이사장과 한국등잔박물관 초대관장이기도 했다. 공심돈을 본뜬 등잔 박물관은 지난 1997년 문을 열었다. 우리 조상들의 밤을 밝히면서 크고 작은 사연을 간직한 등잔, 촛대, 서등, 제등 등 다양한 전통 등기구가 전시돼 있다. 선생은 전 재산을 쏟아 부어 등잔박물관을 만들었으며 이를 재단법인으로 만들어 사회에 환원했다.


2009년 '수원시의사회사' 편찬위원들과 함께 등잔박물관을 찾았다.

<사진> 2009년 '수원시의사회사' 편찬위원들과 함께 등잔박물관을 찾았다.(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나는 2017년 경기신문에 한국등잔박물관 관련 사설을 쓴 바 있다.

 

"사비를 들여 평생 옛 등기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던 수원의 보구산부인과 병원 2층에 등잔 전시장을 설치했다. 선생의 등잔수집 소문이 널리 퍼져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1968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과 함께 두 차례 공동특별전을 개최했으며 1971년에는 등잔으로만 단독으로 당시 수원여성회관에서 전시회를 했다. 1991년 가을 롯데월드에서 소장품전을 열었는데 인기가 높아 전시기간을 두 달이나 연장했을 정도였다."고. 그러면서 "등잔을 통해 옛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교육의 장인 한국 등잔박물관에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는 물론 국민 모두 더욱 각별한 애정을 갖고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이곳엔 고인이 된 김성열과 수필을 쓰던 원치성, 시조시인 정수자 등과 함께 수시로 드나들었다. 박물관 옆엔 선생의 집이 있었고 그 옆엔 작은 연못도 있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선생의 부인께서 손수 차를 내오셨고 때론 귀한 술을 대접받았다.


2009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화성을 걷다, 화성을 보다'라는 특별사진전

<사진> 2009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렸던 '화성을 걷다, 화성을 보다' 특별사진전(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선생은 의사이자 사진작가, 문화운동가, 옛 등잔 수집가로서 존경 받는 삶을 살다가셨다. 특히 선생이 촬영한 1950년대 중반~60년대 초반 화성 사진은 수원역사의 귀중한 자료로 대접받고 있다. 국전 사진부문에서 4년 연속 입상할 정도로 사진 내공을 인정받은 선생은 91세 때인 2009년에 수원화성박물관에서 '화성을 걷다, 화성을 보다'라는 특별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부터인가 렌즈 안으로 들어오는 무너진 화성을 보면서 슬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론 '내가 사는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다니!'라는 두 생각이 교차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수원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사랑한 선생이 가신지도 벌써 12년이 됐으니. 그런데도 선생과 만나 이런저런 일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내 인생에 깊은 영향을 주셨다는 뜻이다. 본받고 싶었던 어른, 김동휘 선생이 그립다.

김우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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