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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팔달산은 '꽃대궐'이 되었다
김우영 언론인
2023-04-03 09:09:49최종 업데이트 : 2023-04-09 16:37:38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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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팔달산 벚꽃(사진/김우영)

 

팔달산 남쪽 중앙도서관 뜰에 산수유가 피더니 곧 수원시민회관이기도 한 수원문화원 앞에 개나리가 만개했다. 이어 산 남동 쪽 회주도로를 지나는데 청량한 매화향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팔달산에서 벚꽃과 살구꽃은 보았어도 매화는 못 봤는데...'라고 혼잣말을 하며 둘러보니 40년은 넘은 듯 제법 굵은 매화나무가 당당하게 서 있다.

 

선객(先客) 몇몇은 벌써 그 아래 벤치며, 운동 시설에 걸터앉아 매향에 취해있다.

 

며칠 후 꽃샘추위가 왔다. 다시 가보니 매화꽃은 이미 매화우(梅花雨)를 흩날리며 지고 있었고 대신 벚꽃이 만개했다. 산 속엔 야생으로 보이는 벚나무도 꽃을 피웠다. 산 둘레길을 따라 심어놓은 벚나무 사이에는 가끔 살구나무도 보인다.

 

팔달문에서 계단을 타고 산 중턱에 오르면 '고향의 봄' 노래비가 있다.

 

모든 국민이 잘 아는 '고향의 봄'은 이원수의 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였다. 시에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시처럼 노래비 근처에는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 진달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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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향의 봄 노래비 옆에 핀 살구꽃(사진/김우영)

 

나는 아직도 벚꽃과 살구꽃을 구분하지 못한다. 꽃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숭아꽃(복사꽃)은 잘 안다. 어렸을 때 우리 집 대문 옆에 개복숭아 나무가 한그루 있어서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 그 개복숭아 나무는 수난을 많이 당했다. 동네 사람들이 약에 쓴다고, 귀신 쫓는데 쓴다고 수시러 가지를 베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네 안길에 가로들이 설치 된 이후엔 열매조차 맺지 못했고 잎사귀들은 비틀렸다. 사람들은 나무가 미쳤다고 했다. 밤에도 가로등 불빛 때문에 잠을 못자서 그렇다고 했다.

 

지난해 봄 살구가 열릴 무렵 노래비 앞을 지나는데 한 중년 부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나를 보더니 구원손길을 청한다. 나무 위에 걸린 신발을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신발이 왜 나무 위에 있는지는 금방 이해가 됐다. 살구를 따려 던졌다가 가지에 걸린 것이다. 더 난감한 것은 신발을 내리기 위해 우산을 던졌는데 그마저도 나무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상황.

 

어찌어찌 합동분투 끝에 신발과 우산을 내려주니 고맙다며 살구 한 움큼을 내어준다. 맛은 괜찮았다.

 

팔달산 노래비를 볼 때마다 이원수와 최순애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린다. 최순애는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오빠 생각' 노랫말을 지은 이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이 동시에 박태준이 곡을 붙여 그야말로 세월을 뛰어 넘는 '국민동요'가 됐다. 이 시는 1925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발행하던 잡지 '어린이' 지면에 실렸다. 당시 최순애 선생은 불과 12살의 어린 소녀였다.

 

그 후 마산에 살던 15살 소년 이원수의 작품도 여기에 실렸다. 이 인연으로 소년 이원수는 소녀 최순애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인연이 맺어져 10여년 후 부부가 된다. 이 부부가 노랫말을 쓴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은 모두 명곡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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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팔달산엔 이미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사진/김우영)

 

팔달산엔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 살구꽃 벚꽃 진달래 순으로 꽃이 핀다. 그런데 올해는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가 함께 피었다. 기상이변은 자연의 순서도 거스른다.

 

개화시기도 빨라졌다. 벚꽃의 경우 수원은 4월 8일이 활짝 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틀이 빠른 4월 6일로 당겨졌다. 그러나 이미 옛 도청을 비롯한 팔달산 주위, 산중엔 꽃들이 만개했다.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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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팔달산에 핀 개나리와 진달래(사진/김우영)

 

머지않아 이 꽃들도 모두 꽃비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질 것이다. 그러면 어떤가. 광교산 벚꽃들이 이어서 우리를 맞이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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