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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중사모 조광석 회장의 짜장면은 '사랑'을 조미료로 쓴다
김우영 언론인
2023-04-09 16:37:05최종 업데이트 : 2023-04-09 16:35:29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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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훈련소 시절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은 수원갈비도, 참치회도, 와인이나 양주도 아닌 짜장면과 막걸리였다.

 

시골 소년이었던 내가 짜장면을 처음 먹어본 것은 중학교 입학시험 결과 발표 날 수원북중학교에 갔을 때였다. 합격했음을 확인한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당당하게 학교 앞 짜장면집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짜장면 곱배기 한 그릇을 주문하셨다.

 

왜 한 그릇만 시키느냐는 질문에 빙그레 웃으며 "속이 더부룩해서 그런다"며 보리차만 계속 따라 마셨다. 어린 나는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짜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1999년 지오디가 불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어머님께'라는 노래는 곧 나의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두 그릇을 시킬 돈이 없어 내게 거짓말을 하셨던 것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더욱 눈물이 났다.

 

 

짜장면은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중국집에 가면 짜장이냐 짬뽕이냐 볶음밥이냐로 고민하게 되는데 나는 거의 짜장면의 손을 들어준다. 한때는 과음 다음날 짜장면으로 해장을 할 정도였다.

 

요즘 동네 짜장면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종각 뒤에 있던 정겨운 내 단골집도 몇 해 전 문을 닫았다. 오래된 시골 읍내의 중국집 같은 그 특유의 분위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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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사모 가게에 걸린 표창장과 감사패

 

그런데 최근 내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집을 발견했다.

 

광교산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장터 분위기를 좋아하는 지라 하산길엔 일부러 연무시장을 통해 귀가한다. 연무시장길 끝부분에 중사모라는 중국집이 보였다. 한 열댓 명 들어오면 가득 찰 만한 작은 가게였다.

 

크게 허기가 지지는 않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일단 들어갔다. 한쪽 벽면에 상패와 감사패, 표창장이 많이 걸렸다.

 

행정안전부장관, 경기도지사, 충청북도지사, 수원시장, 해병대 사령과, 51사단 사단장, 전주구치소장,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 여러 곳에서 준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연무동에 짜장봉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내가 수원시의 인터넷 신문 e수원뉴스 주간 일을 할 때 연무동에 사는 시민기자가 수원중사모 봉사활동 이야기를 쓴 것이 기억났다.

 

아,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구나. 조광석 회장과 곧바로 몇 마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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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원중사모 조광석 회장

 

수원중사모(중화요리를 사랑하는 모임) 조광석 회장(58, 연무동 새마을협의회장)의 봉사는 2006년 효사랑봉사회에서 짜장소스를 만들어줄 사람을 구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뒤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첫 봉사를 나간 그해 4월10일부터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한 지금까지 440회 가까이 짜장봉사를 해왔다니 놀라울 뿐이다. '짜장스님'이라고도 불리는 운천스님과도 잘 알고 지낸다고 했다.

 

그는 첫 봉사 이후 단 하루도 결석한 적이 없다. 심지어는 고관절 수술로 거동이 불편했을 때도 목발을 짚고 나갔다는 것이다. 그냥 즐거웠다고 한다.

 

한때 중국집을 정리하고 중국집 전문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다가 다시 중국집을 시작했다. 가게 상호도 아예 '중사모'라고 지었다. 그는 월요일 가게가 쉬는 날이면 중사모 회원들과 봉사활동에 나선다.

 

수원중사모는 평균 한 달에 세 번 정도 급식봉사를 하고 있는데 중사모 등 봉사단체 회원들이 기부한 십시일반 회비로 운영된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재료와 가스비가 크게 올랐다.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조회장과 회원들은 앞으로도 짜장면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연무시장 중사모에 가서 조회장의 사랑이 듬뿍 얹힌 고추잡채에 고량주 한잔 할까? 벗들,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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