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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내가 수원천을 사랑하는 이유
김우영 언론인
2023-04-30 15:18:08최종 업데이트 : 2023-04-29 20:43:54 작성자 :   e수원뉴스
내가 수원천을 사랑하는 이유

 

반드시 일주일에 한번은 아내와 외식을 한다. 주로 가는 곳은 세류역 맞은편의 식당, 영동시장 2층 28청춘 청년몰에서 젊은 처자가 운영하는 돈가스집, 중동오거리의 베트남 쌀국수집, 그리고 팔달산 원불교 올라가는 길 중간의 우렁쌈밥집이다. 우리 부부가 들어서면 모두 반색하고 좋아한다.

 

가장 많이 가는 집은 세류역 앞 식당이다. 중국에서 오신 동포 아주머니가 혼자 꾸려가는 데 음식이 우리 부부의 입맛에 잘 맞는다. 한국에 온 뒤 전주한정식집에서 일하면서 음식을 배웠다고 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집에 갈 때는 운동 삼아 걷는다. 종로에 있는 작업실에서 출발, 식당까지 내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평소에도 수원천은 내 산책코스다. 걷는 내내 행복하다. 가다가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 하천둔치에 핀 꽃, 물속의 잉어떼, 백로, 소풍 나온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배가된다.

 

수원천에 핀 꽃

<사진> 수원천에 핀 꽃(사진/김우영)


수원천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들

<사진> 수원천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들(사진/김우영)

 

수원천에 꽃을 심은 뒤 화단을 만들고 있는 주민

<사진> 수원천에 꽃을 심은 뒤 화단을 만들고 있는 주민(사진/김우영)

 

오늘 산책길에는 천변에 꽃을 가꾸는 주민도 만났다. 내 나이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땀을 흘리며 돌과 벽돌로 정성들여 화단을 만들고 각종 화초를 심고 있었다. 가끔 손을 타기도 하는 모양인지 꽃을 뽑아가지 말라는 작은 투명 플라스틱 판도 세워 놓았다.

 

아이들도 봄바람에 이끌려 나왔다. 그래, 꽃도 물고기도 보기 좋지만 내 눈에는 저 아이들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수원천으로 소풍나온 아이들

<사진> 수원천으로 소풍나온 아이들(사진/김우영)

 

수원에는 서호천, 황구지천, 원천리천 등이 있지만 가장 정이 많이 가는 곳은 수원천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1988년 당시 심재덕 수원문화원장이 '수원사랑' 주간을 맡고 있던 내게 수원천 살리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관련 기획기사를 수원사랑에 연재하자고 말했다. 수원천은 수원화성과 함께 수원의 상징이자 환경·역사의 젖줄이기 때문에 복개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죽어가는 수원천을 되살려서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찬동했다.

 

그리고 1989년 '수원사랑' 1월호에 내가 쓴 첫 번째 기획기사가 실렸다.

 

'수원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비록 지금은 미꾸라지 한 마리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으로 변했지만 수원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소중한 옛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먼저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도 아낙네들의 빨래 방망이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중략)...어머니를 따라 온 꼬마들이 알몸으로 물장구를 치거나 고무신으로 송사리를 잡는다고 몰려다니던 정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렇게 시작된 수원천 복개 반대 운동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역·중앙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심원장은 자비를 들여 수원사랑 편집위원과 수원문화원 직원을 일본 교토로 파견해 도심중앙의 친환경 하천인 가모가와(鴨川)를 현장 취재 보도하기도 했다. 나도 가모가와에 가본 적이 있다.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가운데 철새들이 날아와 편하게 노는 곳이어서 부러웠다.

 

수원천 살리기운동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복개 찬성자론자들의 기세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자연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수원천을 복개해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개 찬반 논란은 1995년 6월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심재덕 수원문화원장이 초대 민선 수원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종지부를 찍었다. 문화재를 지키고 수원천을 살리기 위해 복개를 철회한다는 수원시의 공식 발표에 진행 중이던 복개공사는 중지됐다.


되살아난 수원천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되살아난 수원천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그리고 기적처럼 수원천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물고기들이 돌아왔고 각종 꽃들이 핀 하천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들어 물놀이를 했다.

 

그때 앞장서서 복개를 반대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리고 기어코 성공시켰던 심재덕 시장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와 뜻을 같이 했던 많은 원로들도 타계했다. 하지만 그분들의 뜻은 지금도 수원천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고 있다.

 

나의 수원천 산책은 단순히 풍경을 구경하며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때 그 분들과 함께 한 추억 속을 걷는 것이다.

저자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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