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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용연 전설'엔 이런 사연이 있다
김우영 언론인
2023-05-08 10:44:06최종 업데이트 : 2023-05-08 12:59:12 작성자 :   e수원뉴스

용연 전설엔 이런 사연이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내 발길은 자연히 방화수류정 아래 용연(龍淵)으로 향한다. 내가 수원 화성의 제1경(第一景)으로 여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용연과 그 위의 방화수류정이 어우러지는 경관은 단연 으뜸이다.

 

봄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엔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가을엔 단풍과 수면에 비친 맑은 하늘이 일품이다. 그 옆 동공원으로 이어지는 억새풀꽃들의 향연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눈 내리는 겨울날의 정취는 또 어떤가.

 

봄부터 가을까지 날씨가 좋으면 이곳은 젊은이들로 가득 찬다. 인근에서 임대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피크닉세트를 놓고 사진을 찍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이들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그런데 얼마 전 가보니 정비공사 중이란다. 3개월 동안 호안석(湖岸石)을 정비하고, 연못 주변에 잔디를 심고, 안전 난간·관수시설 등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가보지 않았다. 며칠 전 들러보니 공사가 끝났다.

 

확실히 정비공사를 하고 나니 훨씬 단정하고 깨끗하다.

 
단장된 용연으로 소풍나온 젊은이들

<사진> 새로 단장된 용연을 찾아 온 젊은이들(사진/김우영)

 

잘했다. 정확히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대략 5~6년은 된 것 같은데 동네 노인들만 옹기종기 앉아 있던 이곳에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들은 슬그머니 그 옆의 다리 위나 달맞이 화장실 맞은편 천변, 서쪽 성벽 아래 나무 밑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인들도 젊은이들이 자신의 동네를 찾아주는 것이 싫지 않았던 것이다.

 

이 용연엔 전설이 있다. 그것을 찾아낸 사람이 나다.

 

심재덕 시장 때의 일이다. 용연 입구 다리 옆엔 왕대포집이 있었다. 휴일에 벗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마침 심시장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잔하고 가시라 했더니 망설임도 없이 성큼 들어와 막걸리 한잔을 쭈욱 시원하게 들이키고 안주로 미꾸라지 튀김을 먹었다.

 

그러더니 주인장에게 "이 사람, 이 미꾸라지 수원천에서 잡은 거지? 남은 거 있으면 얼른 도로 놔줘"라고 농을 던졌다. 뚱뗑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장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이 붉어져서 손까지 홰홰 저으며 아니라고, 못골시장에서 사온 것이라고 밝혔다. 심시장은 그의 반응이 즐거웠는지 "앞으로 누가 수원천에서 물고기를 잡는지 쓰레기를 버리는지 책임지고 잘 감시해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두 사람은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용연 이무기

<사진> 용연 서쪽 배수구는 용이 되기 전 이무기의 형상을 하고 있다.(사진/김우영)

 

그리고 내게 "용연에 용(龍)자가 들어가 있고 그 위 방화수류정도 용두각(龍頭閣)이라고 불리는데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을 테니 한번 조사해 봐."라고 말했다. 아차 싶었다. 명색이 지역에서 문학을 하면서 향토사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온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용연 근처에서 소주를 마시는 노인부터 인근 복덕방까지 찾아다니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채집했다.

 

그러나 연무동 주민들 가운데서 토박이를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6.25 때 월남한 피난민이거나 그 후에 정착한 외지 사람들이었다. 어찌어찌해서 인근에서 오래 살았다는 노인들을 몇 사람 만났으나 "거기 용이 살았기 때문에 용연이라고 했다" "용두각은 용머리처럼 생긴 바위인 용두암 위에 세워진 거라 그렇게 불렀다"는 정도였다.

 

그래서 뼈에 살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전설은 어차피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동안 살이 붙어서 지금의 이야기가 된 것 아닌가.

 
지난 겨울 용연

<사진> 지난겨울 용연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신령스럽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옛날 정조대왕께서 화성을 쌓으면서 방화수류정을 짓기 전, 이곳은 수원천이 휘돌아 나가는 제법 깊은 연못이었다. 이곳에는 하늘로 올라가기를 기다리며 천년동안 수양을 쌓던 용이 살고 있었다. 용은 매일 연못으로 놀러 나오는 귀여운 한 소녀를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소녀는 아리따운 여인으로 성장하고, 용도 하늘로 오를 날이 가까워졌지만 용은 성숙해진 여인을 마음에 담게 됐다. 드디어 하늘로 오르는 날 여인과 눈이 마주친 용은 그대로 몸이 굳어져 땅으로 떨어졌다. 몸은 현재 성벽이 이어진 언덕이 되었고 머리 부분은 바위가 되었다. 후에 사람들은 이 바위가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두암으로 부르게 되었고 용이 살던 연못은 용연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살을 붙인 용연이야기의 기본 줄거리다. 또 아는가. 후세의 누군가가 여기에 이야기를 덧대어 훌륭한 문학작품을 만들지. 판타지영화가 되어 세계적인 흥행을 하게 될지.


김우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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