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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북수동성당 100주년 행사에 스님도 출연하시네
김우영 언론인
2023-05-13 17:14:54최종 업데이트 : 2023-05-13 17:13:24 작성자 :   e수원뉴스

북수동성당 100주년 행사에 스님도 출연하시네


북수동성당

<사진>북수동 성당 / 사진 김우영

 

북수동성당 앞을 지나다가 정문 앞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았다.

 

5월 20일 북수동성당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는 내용이다. 출연진도 나와 있다. 모르는 사람도 있고 눈에 익은 이름도 보인다.

 

어? 그런데 스님이 출연한다. 불교계의 전문 성악가인 정율스님이다. 천주교 행사에 스님이라... 사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정율스님은 2012년, 명동성당에서 가사에 장삼을 걸치고 성가곡 '아베 마리아'를 부른 이다. 장애인 기금 마련을 위한 '삼소음악회(불교와 천주교, 원불교의 여성 성직자들 모임이 주최한 음악회)'에도 참여했다.

 

현수막

<사진> 북수동 성당 정문에 걸린 100주년 기념음악회 현수막 / 사진 김우영

 

나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걸어둔 성당과, 성탄절을 맞아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워놓은 절집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지난해 부처님 오신 날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불교계에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저마다의 종교적 신앙과 형식은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형제적 연대를 발견하는 발걸음에 불자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서로를 보살피고 공동선을 지향하며 생명과 평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면 우리가 함께하는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화답하듯이 대한불교조계종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종교 화합과 세계 모든 이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트리 등 점등식을 갖고, 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이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크리스마스트리 등을 밝힌 것은 2010년부터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사랑과 평화를 전하기 위해 오신 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 한다"면서 "갈등과 분열, 시기와 질투 속에 공존과 화합이 다시 위협받고 있는 지금, 종교가 다름에도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축하하는 것은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갈등대신 공존과 화합, 공동선을 지향하는 종교의 모습은 아름답다.

 

오는 5월 27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열리는 북수동성당 100주년 기념행사에 스님을 초청해 무대에 세우는 것은 종교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동시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는 의미도 있는 만큼 매우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북수동 성당 최 세바스티아노 주임신부를 비롯한 성직자, 교인들의 열린 마음이 돋보인다.

 

정조대왕 사후 천주교박해가 시작되자 수원과 근교지방에서 체포된 천주교인들이 이곳 수원화성으로 압송되어 고문·처형당했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는 1785년 을사추조적발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을 시작으로 총 9차례, 1만여 명이 순교했다. 김충영의 '수원현미경'에 따르면 수원지역의 박해는 8번째 발생한 병인박해 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당시 수원화성에서는 83명이 순교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그 중 수원 출신 순교자는 18명이었다고 한다.

 

수원화성에서는 중영, 이아, 화성행궁, 동남각루, 남암문, 팔달문(남문)밖 장터, 장안문(북문)밖 장터, 사형터(화령전과 화서문 사이),화서문, 용주사 옛 포교당, 매향다리 서남쪽, 행궁 앞 간이형옥(감옥), 동북암문, 팔달문 시장 인근 형옥 등이 순교지였다는 것이다.

 

이에 2000년 대희년 수원교구장 최덕기 바오로 주교는 수원 화성의 중심인 북수동성당(구 수원성당)을 81위의 순교자들과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성지로 선포하기도 했다.

 

북수동성당은 1890년 왕림성당의 수원공소로 출발, 1923년 11월 23일 수원성당으로 독립했으니 올해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34년에는 성당 옆에 4년제 사립학교인 소화학술강습회(현 소화초등학교)를 세웠는데 이 학교는 1946년 6년제로 정식 인가를 받으며 소화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가 됐다.

 

뽈리화랑

<사진> 소화초등학교 교사로 사용됐던 뽈리화랑 / 사진 김우영

 

성당 구역 내에는 1954년 건립된 석조건축물이 있는데 이것이 소화초등학교 교사로 사용됐다. 현재 이 건물 1층에는 뽈리화랑이 들어섰다. 1932년 옛 성당을 짓고, 현 소화초등학교의 전신인 소화학술강습회를 설립했던 제4대 주임신부인 심 데시데라도 뽈리 신부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뽈리 신부는 소화학당을 건립해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가며 한글과 조선의 역사를 가르치면서 독립운동과 신문화개혁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6.25 전쟁 때 공산군에 잡혀 순교했다.

 

옛 북수동 성당은 6,25 사변을 겪으며 성당 일부가 폭격을 맞아 수리를 한 후 미사를 봉헌했지만 날로 상태가 악화되어 1978년 3월 헐렸다. 현재의 성당은 그 뒤에 지은 것이다. 그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있으면 귀중한 수원의 역사 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이에 '수원성당'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고 예전에 아름다웠던 성당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수원성당 복원위원회가 구성됐다. 성전 복원을 위한 사업계획도 수립됐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지난 해 북수동 성당은 수원시가 추진하는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북수동 왕이 골목 특화사업'을 위해 성당 뒤편 담장을 허물었다. 이곳에는 행궁동 '왕의 골목'과 화성행궁을 잇는 탐방로가 생겼다.

 

열린 마음을 가진 성직자와 교인들이 있는 착한 성당 북수동 성당 100주년을 축하한다. 앞으로 옛 건물이 복원되고 본래의 '수원성당'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길 기원한다.

 

5월20일 오후 5시30분 열리는 음악회에 만사를 제치고 가볼 생각이다.

김우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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