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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한 여름 밤의 음악회’ 그 추억에 빠지다
언론인 김우영
2019-09-06 15:21:27최종 업데이트 : 2019-09-06 15:22:55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한 여름 밤의 음악회' 그 추억에 빠지다

[공감칼럼] '한 여름 밤의 음악회' 그 추억에 빠지다

지난 달 30일 밤,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수원시립합창단의 '잔디밭 음악회-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관람했다. 밤이 되면서 더위가 물러가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밤,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면서 수원시민으로 사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수원시립합창단은 애니메이션 '라이온킹' 삽입곡 'Circle of life',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등 귀에 익은 노래를 감미로운 화음으로 들려줬다. '겨울왕국'·'알라딘'의 삽입곡 메들리도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거미도 나와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수원시립합창단의 '잔디밭 음악회-밤을 잊은 그대에게'에 모인 인파/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수원시립합창단의 '잔디밭 음악회-밤을 잊은 그대에게'에 모인 인파/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잔디밭 음악회-밤을 잊은 그대에게'에 모인 인파/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잔디밭 음악회-밤을 잊은 그대에게'에 모인 인파/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그런데 공연을 보는 도중 이 음악회가 '수원여름음악축제'라는 착각이 들었다. 수원여름음악축제 첫 번째 행사는 1988년 7월23일과 24일 이틀간 수원장안공원에서 열렸다. 당시 행사 명칭은 '한여름밤의 음악축제'였는데 나중에 수원여름음악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축제는 심재덕 당시 수원문화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심원장은 후에 무소속으로 수원시장 선거에 출마해서 두 번 연속 당선됐으며, 국회의원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생전에 녹취한 기록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 당시 '수원사랑'이라는 잡지를 발간하면서 문화원에 열심히 해준 젊은 사람이 송철호(시립합창단 단무장), 김상용(시립교향악단 단무장), 김우영(중부일보 문화부 차장), 임병호(경기일보 문화부장) 등등으로 굉장히 열심히 일을 했다고. 이들과 축제를 하나 해야겠다고 해서 의견들을 모으고 '한여름 밤의 꿈'(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에서 이름을 따서 '한여름 밤의 음악축제'를 했지. 그때 처음 할 적에 힘들었지. 시에서 돈 한 푼 안줬지만 경찰대학악대도 초청하고 수원시립합창단도 초청하고 해서..." 처음엔 이틀만 하다가 나중에 회를 거듭하면서 행사 규모와 질을 높였다.

"문화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텔레비전 보는 거 하고는 다르잖아? 장안공원에 사람이 말도 못하게 많이 나왔어. 수원 생긴 이래 최고로 사람이 많이 왔어. 길가에 포장마차도 나왔는데, 그것도 축제 아니야? 근데 시에서는 단속 나오고. 여름밤에 잔디에 앉아서 좋은 음악 듣는 거. 지금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흥분된다고. 시민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 어떤 다른 생각 없이 순수하게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문화원장이 된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했지. 함께 준비하면서 일했던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몸 던져서 고생했어, 아무런 물질적 금전적인 혜택도 없었지."

심원장의 회고처럼 이 축제는 심원장과 의기투합한 당시 수원시립 합창단 지휘자 이상길과 단무장 송철호, 시립교향악단 단무장 김상용, 경기일보 문화부장 임병호(시인), 중부일보 문화부 차장 김우영(시인) 등이 주축이 돼서 기획하고 진행했다.

우리 모두는 정말 헌신적으로 일했다. 야외 무대여서 보관할 곳이 없는 피아노 등 대형악기와 조명 음향 시설들을 지키느라 무대 위에 앉아 꼬박 밤을 샜다. 물론 심원장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우리들이 지쳐서 잠이 올 때쯤 되면 맥주와 통닭 등을 들고 나타나 새벽까지 함께 하기 일쑤였다.

이처럼 아침까지 무대를 지키다가 각자의 직장으로 출근하면서도 우리는 즐거웠다. 시민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과 아울러 심재덕이란 인물의 뜻과 행동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이 행사는 예상을 뒤엎고 첫날에만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실내공간에 갇혀 있던 음악을 시원하게 탁 트인 잔디 밭 위로 이끌어내 시민 누구나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안공원에 몇 만 명의 관중이 모이다보니 견제도 들어왔다. 수원시에서 제동을 건 것이다. 수원시는 많은 인파가 몰리니까 공원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장소사용을 불허했다. 또 교육청은 청소년 선도 문제를, 경찰서는 치안상의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수원문화원은 수원시의 예산지원도 없이 자체적으로 출연진 섭외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다.

심원장과 수원문화원 가족들은 분노했다. 예산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으면서 행사를 방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심원장은 강경책을 썼다. 한여름 밤의 음악축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유는 '교육장은 교육상 문제. 경찰서장은 치안 문제, 시장은 공원관리 문제'로 장소사용을 불허해 어쩔 수 없이 이젠 한여름 밤에 음악축제는 못하게 됐다고 선언해 버렸다.

나도 재직 중이던 신문에 '한여름 밤의 음악축제 무산위기, 수원시 사용불가'(중부일보 1991년 8월2일자 1면 톱)란 기사를 써 수원시를 질타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 행사는 수원화성문화제와 함께 수원시민이 손꼽아 기다리는 명실상부한 수원 최고의 축제로 성장했다. 아쉽게도 이제 이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규모 수원국제발레축제, 수원재즈페스티벌, 잔디밭 음악회 등이 연이어 열리고 있으므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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