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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그날도 광교산이 나를 불렀다
언론인 김우영
2019-12-02 22:38:10최종 업데이트 : 2019-12-02 22:39:33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그날도 광교산이 나를 불렀다

[공감칼럼] 그날도 광교산이 나를 불렀다

겨울이 다가오는 광교산 입구/사진 김우영

겨울이 다가오는 광교산 입구/사진 김우영

지난 주말 한 3개월 만에 광교산행을 했다. 선배 언론인 홍기헌 '큰형님'은 예전엔 나를 '광교산 산산령'이라고 불렀다. 그 정도로 틈만 나면 광교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동안 써놓은 광교산 관련 시도 열댓 편이나 된다. 그중에 마음이 가는 시가 수원시내 버스 정류장에도 붙어 있는 '산음((山吟)'이란 작품이다.

'조락(凋落)의 햇살 나뭇가지를 흔들었다/광교산자락 오래된 절터/상수리나무 밑에 앉아 있는데/바람 속에서/산이 무자화두(無字話頭)를 던졌다/나무가 잘 물든 나뭇잎 몇 개를/떨어트렸다/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자기들끼리 소리 내며 흐르던 물이/나뭇잎을 데리고/더 낮은 곳으로 흘러갔다' -졸시'산음(山吟)'전문
 
광교산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었다. 아래로 흘러내리지만, 그 물은 바다에서 모였다가 다시 구름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와 흐르고 또 흐른다.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물.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진리가 거기에 있었다.
 
광교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창성사지와 같은 절터와 김준용 장군 전승지와 호항곡, 최치원 선생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문암골, 백제시대 온조왕의 행궁과 사위 우성위에 얽힌 지명 등 곳곳에 역사와 전설이 있다. 6.25 때는 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광교산에 오랜만에 들게 된 것은 가족들의 병수발 때문이었다. 아내가 아파서 꼼짝 못해 한 달간 병수발을 해야 했다. 좀 괜찮을 만 하니까 이번엔 아들이 큰 수술을 했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서 얼마 전 퇴원을 하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그러니 산행을 할 여유가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수원천을 걸어 13번 버스 종점까지 갔다. 오후라서 산행객이 별로 없다. 고요하다. 새소리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겨울과 가을의 접점이라 공기조차 참 상쾌하다.

 고요한 광교산행을 즐기는 시민들/사진 김우영

고요한 광교산행을 즐기는 시민들/사진 김우영

 백운산과 갈라지는 능선에 서니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에 가슴이 확 트인다. 산과 도시, 나무와 사람, 새소리가 어우러져 화엄세계(華嚴世界)를 이룬다.

불법(佛法)의 광대무변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화엄이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뜻으로 대승불교 초기의 주요 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서 비롯됐다. 불법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하여 모든 중생과 사물을 아우르고 있어서 마치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분별과 대립이 극복된 이상적인 불국토(佛國土)인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정신의 스승으로 삼고 있는 경허선사도 "두두물물(頭頭物物-모두), 길가의 돌 하나 풀 한포기도 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는 화엄의 세계"라고 하셨다. 그러니 화엄세계(華嚴世界)가 별것이겠는가.

그렇게 발걸음을 한가롭게 옮기는데 내 '걷기 명상'을 방해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다. 다름 아닌 '등산 소음족'들이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가는 사람들이다. 참 신기하다. 이 사람들은 왜 남들도 그 음악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 개는 착해요"라며 목줄을 하지 않는 개주인과 다를 바 없다. 그 개는 먹이를 주는 주인에게만 착할 수 있는데...

헤비메탈에 가까운 격렬한 음악을 틀고 가는 30대 중반 남녀를 피하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 추월을 한 뒤 다시 한가롭게 걷는데 이런, 이번엔 뽕짝을 크게 틀어 놓고 걷는 60대와 만났다. 20분 쯤 더 가니 "내 나이가 어때서~~"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린다. 등산로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 먹는 사람들을 봤는데 아마도 '정상주'가 과한 모양이다.

모르겠다. 이것도 화엄세계 속 '저마다의 아름다움'인가...어찌됐든 이번 산행서도 또 하나의 화두를 물었다. 그리고 "오늘도 욕심 가득한 이 몸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광교저수지 제방에 서서 산 쪽으로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언론인 김우영, 광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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