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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날도 궂은데 퇴근 후 통닭거리에서 치맥 어때?”
언론인 김우영
2020-06-29 14:37:38최종 업데이트 : 2020-06-30 13:29:39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날도 궂은데 퇴근 후 통닭거리에서 치맥 어때?

[공감칼럼] "날도 궂은데 퇴근 후 통닭거리에서 치맥 어때?"

코로나19, 어디서 이런 고약한 것이 왔을까? 처음엔 그냥 독감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처럼 길게 독하게 인간을 괴롭힐 줄 몰랐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 쓰기 괴롭다. 길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악수하기가 꺼려진다. 틈만 나면 손을 씻거나 손세정제를 바르게 된다. 그 덕분인지 지난 겨울엔 가벼운 코감기나 목감기도 오지 않았다. 

 답답하다. 오늘은 날씨도 궂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 때 통닭거리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 어때?" 

"코로나19 때문에 겁 난다" 

"내 그럴 줄 알고 손님 많지 않고 분위기 괜찮은 집 한군데 알아놨으니 잔말 말고 나와!"

고등학교 후배가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이 집은 개업 초기라서 손님이 많지 않다. 서 너 번 갔었는데 닭도 맛있고 서비스도 뒤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지난해 수원통닭거리/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지난해 수원통닭거리/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통닭거리는 수원의 대표적인 먹거리 명소가 됐다.

지난해 몇 십 년 만에 수원에[서 번개모임을 가진 '시림(詩林)'동인들의 모임도 통닭거리에서 가졌다. 

멀리 제주에서 오승철 시인이 왔고 부산에서 최영철 시인과 그의 부인인 소설가 조명숙 씨가 왔다. 서울에서 문창갑 시인이, 전남 벌교에 살다가 평택으로 이주해 온 김미구 시인도 참석했다. 동인은 아니지만 나의 오랜 친구인 정수자 시인도 자리를 함께 했다.

시림동인은 1975년 수원에서 출범한 문학모임인데 1976년부터 전국 규모 동인회로 확대됐다. 전기한 이들 외에 시조시인 이정환·박기섭(대구), 노동자 시인 김기홍·김해화(순천), 시인 권숙월(경북 금릉), 시인 최봉섭(대전) 등이 동인으로 활동했다.

  그날 한 친구가 수원에 왔으니 수원갈비를 먹자고 했다. 수원갈비가 맛있기는 하지. 그런데 이 많은 사람이 갈빗집에 가면 금방 수 십 만원이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눈치다. 나도 내 돈 내고 먹어본 적이 없다.

"아, 무슨 소리여, 요즘 수원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것은 '수원왕갈비통닭'이지. 신문이나 텔레비전도 안보시나?"라며 일행을 통닭골목으로 데리고 갔다.

영화 '극한직업'에 수원왕갈비통닭이 나온 이후 통닭골목은 더욱 유명해졌고 덕분에 나도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일행이 통닭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통닭튀김이란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치였다. 무슨 날이나 돼야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았다. 물을 잔뜩 부은 커다란 무쇠 솥에 넣고 푹푹 익혀 대식구가 먹었다. 

내가 통닭이란 것을 처음 본 것은 1960년대 말인 국민학교(초등학교)3~4학년 쯤으로 기억된다. 수원역 앞 매산시장 입구엔 큰 기름솥을 밖으로 내놓고 통닭을 튀겨서 파는 집이 있었다. 그 냄새가 내 발길을 묶어 놓았다. 어머니는 난감했을 것이다.

통닭을 처음 먹어본 것은 중학교 때였다. 남문 시장에 다녀 온 어머니가 누런 종이봉지에 통닭 한 마리를 사갖고 오신 것이다. 
 
그때 남문시장 일대엔 닭전들이 몇 군데 있었다. 그리고 그 인근에 통닭을 튀겨 파는 집들도 더러 있었다. 수원출신 소설가 김남일은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라는 책에서 "거기 어디쯤 천변에 산 닭을 잡아서 생닭으로 만들어 파는 집이 있었다. 어린 그에게 그 변신의 과정이 얼마나 끔찍했고 또 슬펐던지! 주인이 좁은 닭장에서 닭을 낚아챈다. 닭은 꼬꼬댁거릴 뿐 주인의 우악스러운 손아귀를 피하지 못한다....(중략)...그러면 밑에서 작업 중인 또 다른 어른이 뜨거운 물에 휘휘 저은 다음 곧바로 털을 뽑기 시작한다. 그것이 끝이다. 말하자면 천변 위아래가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던 것"이라고 당시를 술회했다. 

통닭거리는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행궁광장 건너편 큰길과 팔달문에 이르는 골목, 수원천변에 형성돼 있다. 50여년 가까이 장사를 하는 전통 있는 집부터 1년을 갓 넘긴 가게도 있다. 

가격도 브랜드 체인점보다도 훨씬 싼데다 양도 푸짐하고 집집마다 특색 있는 서비스마저 챙겨주니, 손님들이 좋아할 만 하다.

수원왕갈비통닭/사진 강제원

수원왕갈비통닭/사진 강제원

수원갈비와 지동순대에 이어 수원통닭거리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수원의 자랑이면서 전국의 통닭마니아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성지'가 됐다.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와 마시는 생맥주는 시원했고 입에 착 붙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답시고 다른 손님들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 남북관계, 코로나19, 지역문화예술계 등 관심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꽤 오랜 시간 나눴다. 

언제나 나의 '사회적 가족'들 모두가 왁자하게 모일 수 있을까?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통닭거리, 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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