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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향교로 테마거리’를 거닐다
인쇄골목에서 만난 상인들... ‘수원의 인사동’ 되고파
2019-05-04 01:51:03최종 업데이트 : 2019-05-09 11:51: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매산동 '향교로 테마거리'는 인쇄골목으로 알려져 있다.

매산동 '향교로 테마거리'는 인쇄골목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세무서 옆 도청오거리를 지나 교동, 중동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매산로는 '향교로 테마거리'라고 불린다. 일방통행으로 이어지고 양 옆에 인쇄소가 있어 일명 '인쇄골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100여 년 전, 매산로는 그야말로 '신문물의 거리'였다고 한다. 서양 교회, 금융조합과 회사들이 들어섰을 때다. 1918년 수원인쇄주식회사가 설립되며 인쇄업이 첨단산업으로 불렸던 화려한 전성기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도 인쇄골목은 인쇄소가 남아 있지만 그 전성기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한창 작업을 할 시간에 문을 닫은 곳도 여럿이고 그나마 문을 연 인쇄소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과거 명성을 생각하면 '과연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까' 사뭇 걱정까지 든다.
1982년 교동에 있는 인쇄소 모습(출처: 수원박물관, 문밖마을)

1982년 교동에 있는 인쇄소 모습. 사진/수원박물관, 문밖마을


"일한지 30년 전에는 밤낮없이 기계 돌릴 정도였죠."
 
인쇄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저절로 가장 먼저 보이는 인쇄소 '인영문화사'로 향했다. 결혼 후 남편과 인쇄업을 시작했다는 인영문화사 사장님에게 30여 년 전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에는 명함을 활자를 찍었죠. 주문량이 너무 많아 밤새 기계를 돌릴 정도였어요. 하지만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명함을 주문하면 서울에 있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서 택배로 보내주면서 일감이 많이 줄었어요. 지금은 하청 받아서 인쇄업보다는 주로 후가공을 맡죠. 인쇄물을 자르고 접는 정도인데 인건비정도 밖에 안 나와요."

기계는 멈춰있고 손으로 작업하는 잔업만 남은 인쇄소다. 다른 곳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디지털인쇄나 디자인 인쇄업체는 그나마 나은 편이겠지만 인쇄를 하러 찾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기계는 멈추고 손으로 하는 후가공으로 인쇄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계는 멈추고 손으로 하는 후가공으로 인쇄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쇄소에 있는 기계들은 긴 휴식 중이다.

인쇄소에 있는 기계들은 긴 휴식 중이다.

"인쇄만으로는 안돼요. 새로운 문화가 있어야 골목이 살죠."

인쇄골목을 걷다보니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갈증이 나서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 5군데가 손님이 모두 앉아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이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카페주인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자식들 다 키우고 3년 전부터 남편과 카페를 차렸어요. 예전에 인쇄골목이라고 하지만 요새 누가 인쇄를 맡기려고 여기까지 오나요. 오히려 관광객들이나 근처 직장인들이 더 많이 찾아요"라고 말한다.

주인은 카페를 처음 차릴 때만 해도 거리가 조용했다고 한다. 낙후된 시설은 빨리 개선되지 않고 발걸음도 뜸한 이 골목에 카페가 조금씩 생기면서 그나마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이제는 문화거리답게 깔끔한 환경정비와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카페를 나와 거리를 거닐다보니 전봇대 밑 쓰레기, 휑한 매산 초등학교 긴 담벼락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벽에 예쁜 벽화라도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질 텐데 생각하며 벽을 자세히 보니 예전 상하수도관이 그대로 보인다. 거리를 걷다보면 간혹 화성전도와 관광지도가 보이지만 요즘 시대에 맞게 개선되어야 할 듯하다.
인쇄골목안에서 만난 카페. 손맛으로 만든 정성 가득한 수제차가 있다.

인쇄골목안에서 만난 카페. 손맛으로 만든 정성 가득한 수제차가 있다.

그나마 맛집은 손님으로 북적북적, 수원향교도 여행 코스

장사를 하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허름한 식당에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춘천 메밀 막국수'는 메뉴도 하나뿐이다. 점심시간 조금 지나서 갔지만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사장님은 인터뷰할 시간도 없다고 한다. 꾸역꾸역 물으니 장사한지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리모델링도 전혀 안하고 오로지 막국수 파는 일에 열중했다고 한다. 대부분 손님들도 단골이라고 하는데 그래선지 손님과 사장님이 나누는 대화가 마치 가까운 친구 같다.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손님들. 거의 단골이 찾아온다고 한다.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손님들. 거의 단골이 찾아온다고 한다.

낮 기온이 25도를 훌쩍 넘은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한 그릇 비우는 손님들을 보니 더위가 가신다. 가게를 나서 조금 더 걸어가니 '수원향교'가 보인다. 평소에는 문을 닫아 놓지만 방문객이 오면 문을 열어주고 때로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향교는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학문을 닦는 곳이었죠. 지금도 제례의식이 이루어지면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체험도 운영해요. 주로 학생들이 과제하러 오거나 관광객들이 와요. 특히 관광객은 수원화성과 연계해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700년 역사를 지닌 향교는 이곳에서 빠질 수 없는 관광코스에요." 
고즈넉한 수원향교. 700년된 경기도 문화재를 인쇄골목에서 만날 수 있다니!

고즈넉한 수원향교. 700년된 경기도 문화재를 인쇄골목에서 만날 수 있다니!

문화를 불어넣는 카페도 있어... 인쇄골목 전체에 활기가 전달되길

마지막으로 발걸음한 곳은 한 카페였다. 입구 팻말에 '내려가다 보면 괜찮은 카페 많이 있어요. 근데, 우리도 괜찮은 카페에요. :)'라고 쓴 문구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카페주인은 젊은 부부인데 같은 건물에 있는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나 결혼 후 1층에 카페를 차렸다고 한다. 농담 삼아 "얼마큼 괜찮아요?" 물으니 웃으며 '향교로에서 행복을 꿈꾸다' 리플렛을 건네준다. 카페주인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5~7월까지 7회 밴드 공연이 있다고 설명해준다. 단순히 차를 파는 곳이 아닌 문화를 불어넣으려고 시도한 프로젝트는 인근에 있는 서아책방(인문학), 해움미술관(미술), 아이엠밀크(어린이)와 함께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카페가 문화공간이 되면 어떨까. 골목이 문화골목이 되면 좋겠다.

카페가 문화공간이 되면 어떨까. 골목이 문화골목이 되면 좋겠다.

반짝 유행하는 맛집, 멋집만 가득한 골목은 유행이 지나면 다시 빠르게 사라진다. 한 때 중심거리라 불린 인쇄골목, 아직은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이지만 조금씩 활기를 불어넣고자하는 움직임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옛 모습을 간직한 흔적도 여전히 남아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느낌인 인쇄골목에 발길을 끌어들이는 문화가 넘쳐나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는 정감 있는 골목 말이다.
'옛 향기가 있는 교동'

'옛 향기가 있는 교동'


 

향교로 테마거리, 인쇄골목,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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