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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과 수원의 정체성,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어
즐겁고 신나게 체험하며 농업 이해하는 어린이들
2023-04-03 11:25:02최종 업데이트 : 2023-07-07 13:28:24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축만제 제방의 잘생긴 소나무

축만제 제방의 잘생긴 소나무


필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4월을 맞이하면 영국의 록그룹인 '딥 퍼플(Deep Purple)'의 '4월(April)'이란 곡을 듣는다. 4월 내내 듣는다. 이 곡은 1969년에 발표한 약 12분 길이로 클래식과 록이 결합한 '프로그레시브록'이다. 후반부에 '4월은 잔인한 계절, 태양이 비친다 해도 이 세상은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잠들게 되겠지'로 시작하는 심오한 가사가 나온다. 엘리어트가 1922년 발표한 '황무지'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주말 이 음악을 들으며 축만제 둘레길을 걸었다. 겨울철새, 민물가마우지가 점령한 작은 섬의 나무들은 하얗게 변했고 비릿한 냄새가 난다. 한낮은 여름날처럼 덥고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계절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심한 기후변화가 느껴진다. 

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전경

 
축만제 제방에 있는 잘생긴 소나무, 신령스럽게 생긴 오리나무, 팽나무를 보고 항미정에 앉아 잠시 주변의 풍경을 봤다. 팔달산, 숙지산, 광교산 방향으로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서 시야가 모두 막혀 답답하다. 항미정이 세워질 당시에는 장쾌한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발길을 옮겨 국립농업박물관으로 갔다.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있는 국립농업박물관은 과거에서 미래를 제시하고 사람과 자연을 연결해 다채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통합 문화공간으로 설립된 곳이다. 이곳은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잠재력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식문화관

국립농업박물관 식문화관

 
국립농업박물관이 들어선 위치는 박물관의 정체성과 너무나도 잘 부합한다. 정조대왕은 수원화성을 축성한 이후 1799년 축만제를 축조하고 서둔이라는 국영농장을 개척했다. 1795년 만석거와 대유둔으로 시작한 수원에서의 농업혁명이 축만제와 서둔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학으로 무장한 수원에서의 농업혁명은 근대로 이어져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한국의 농업혁명을 이루었고, 우리나라 농업의 중심지인 바로 그 자리에 박물관이 들어선 것이다.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종자 보관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종자 보관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관1, 농업관2, 어린이박물관, 식물원, 곤충관, 수직농장, 기획전시실, 식문화관, 영상관, 교육실 등의 실내 공간과 다랑이 논밭, 과수원, 황토 마당, 준비 온실 등의 실외공간으로 조성되었다. '농가월령 산책로'가 특이하다. 산책로를 따라 1월부터 12월까지 걷는 게 재미있다.

농가월령가는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가 지은 월령체 가사인데 농사를 권하는 주제로 농가에서 일 년 동안 할 일을 1월부터 12월까지 읊었다. 1월령, 정월은 맹춘이라 입춘 우수 절기로다. 2월령, 이월은 중춘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4월령, 사월이라 맹하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12월령,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다양한 농기구들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다양한 농기구들


'식문화관'에서는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밥상을 이루는 식문화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식재료의 특성에 따라 보관, 저장하는 방법과 다양한 조리과정 등 재료에서 음식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어 어린이들이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농업관1'에서는 농업의 근본이 되는 땅, 물, 씨앗, 재배, 수확 등을 소개하고 농산물을 재배하고 수확해온 과거와 현대의 농경문화를 보여준다. 종자주권은 식량주권의 출발점이자 뿌리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필자가 어린 시절 보았던 쟁기, 가래, 탈곡기 등의 농기구들이 시선을 끈다. 오늘날 트랙터, 파종기, 이앙기, 수확기 등으로 기계화되어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과거의 농기구들이다.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다양한 저장 도구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다양한 저장 도구


'농업관 2'에서는 수확한 농산물을 저장, 가공, 운반, 유통하는 과정과 가축의 쓰임새와 축산업의 현황, 미래 농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수확한 곡식을 갈무리하는 저장 용구인 나락 뒤주, 명주, 무명, 모시, 삼베 등의 옷감을 짜는 틀인 베틀, 연자방아, 물레방아, 절구 등도 볼 수 있다.

'마차'가 전시된 공간도 있다. 이곳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바퀴'가 기원전 4천 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써져 있다. 바퀴와 수레의 등장은 마차, 기차, 자동차 등 현대적인 운송수단 발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바퀴를 통해 고대 문명과 현대 문명의 연결고리를 찾은 느낌이다.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마차 바퀴는 고대문명과 현대문명의 연결고리

국립농업박물관 농업관, 마차 바퀴는 고대문명과 현대문명의 연결고리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어른들은 옛 추억에 잠기고 어린이들은 농업에 대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물을 가득 만날 수 있다. 즉, 즐겁고 신나게 체험하면서 농업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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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업박물관, 축만제, 농촌진흥청,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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