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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만든 시장, 이야기도 많이 있는 시장
수원 남문시장 둘러보기
2024-01-11 10:47:15최종 업데이트 : 2024-01-11 11:05:1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남문시장 안내판.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영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종합시장 등 9개 시장 지도다.

남문시장 안내판.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영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종합시장 등 9개 시장 지도다.


  수원화성에 자주 오른다. 화서공원에서 팔달산 산책로로 올라간다. 이쪽은 경치가 사철 아름답다. 봄에는 벚꽃이 팔달산 자락을 병풍처럼 장식한다. 가을에는 서북각루 앞 능선에 억새가 마음을 흔든다. 수성 약수터 앞까지 허공에 여유롭게 서 있는 나무들에 인사를 받으며 걷는다. 약수터 앞에서 계단을 따라 서암문으로 들어가면 서장대가 우뚝 서 있다. 

팔달문시장 입구에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타이틀이 보인다.

팔달문시장 입구에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타이틀이 보인다.


  서장대에서 본격적으로 성곽 걷기를 한다. 장안문을 지나 동장대, 창룡문으로 남수문까지 거침없이 간다. 이쯤 되면 배가 출출해진다. 지동시장에 들러 순댓국으로 맛 여행도 함께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가볍다.

정조는 화성 축성 후 수원지역 상인들이 거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사진은 화성박물관 설명글).

정조는 화성 축성 후 수원지역 상인들이 거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사진은 화성박물관 설명글).


  오늘 집으로 가지 않고 남문시장을 배회한다.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영동시장, 시민상가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종합시장, 남문패션1번가시장, 남문로데오시장, 구천동공구시장까지 9개의 시장이 모여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은 어디일까. 포털 검색을 해 봤다. 서울 남대문 시장이라고 나온다. 남문시장은 9개에 영동시장에 있는 '28 청춘 청년몰'을 더하면 10개 다. 그것뿐인가. 남수문을 따라 북쪽으로 오르면 수원 통닭거리가 있다. 단일 시장으로는 남대문이 크지만, 시장 규모로 보면 팔달문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수원 남문시장이 더 커 보인다. 

남수문. 수원천은 한때 오염이 심했다. 하천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었다. 남수문도 이때 복원했다.

남수문. 수원천은 한때 오염이 심했다. 하천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었다. 남수문도 이때 복원했다.


  남대문 시장은 역사가 오래됐다고 하는데, 남문시장은 유서 깊은 이야기가 있다. 정조는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 실현을 꿈꾸고 있었다. 규장각 문신 정약용과 재상 채제공, 조심태 등과 정치적 포부가 담긴 화성을 축성했다. 수도 남쪽의 국방 요새로 활용하고 아버지 장헌세자를 향한 마음도 담았다. 정조 18년인 1794년 1월 착공에 들어가고 1796년 9월에 완공했다. 

사진 찍기 좋은 곳. 정조의 불취무귀 조형물.

사진 찍기 좋은 곳. 정조의 불취무귀 조형물.


  정조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들이려 한다면 먼저 생업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그들에게 힘써 농사를 짓도록 해주는 이외에 다시 직접 장사하여 이익을 볼 수 있게 한다면, 장차 집마다 면모가 달라지는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홍재전서). 이를 위해 직접 내탕금 6만 냥이라는 밑천을 대고 시장을 열었다. 

수원천 상도의 벽. 유상의 정신을 이어받은 상인들의 손도장으로 상도의 벽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수원천 상도의 벽. 유상의 정신을 이어받은 상인들의 손도장으로 상도의 벽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팔달문시장을 왕이 만든 시장으로 홍보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다. 정조는 수원 이주를 위해 유인책을 제시했다. 부유한 상인을 모집하여 이들에게 모자와 인삼에 대한 무역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윤선도 가문의 후손들을 비롯하여,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참여하였다. 

함 사시오! 조선 시대 결혼 풍습을 재현한 작품. 28청춘 청년몰에 있다.

함 사시오! 조선 시대 결혼 풍습을 재현한 작품. 28청춘 청년몰에 있다.


  이들을 유상이라고 부른다. 즉 수원의 유상은 일반적인 장사꾼이 아니라, 전국 각처에서 모인 선비들이었다. 이 유상들은 정조의 효심과 정조의 강한 왕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뜻에 동참했다. 명분보다 실사구시를 중시한 선비들이었다. 유상이란 말은 버드나무를 심은 수원을 '유경'이라 부른대서 비롯한 용어다. 

영동시장. 시장 안으로 다니다 보면 팔달문시장, 시민상가시장, 남문패션1번가시장 등으로 연결된다.

영동시장. 시장 안으로 다니다 보면 팔달문시장, 시민상가시장, 남문패션1번가시장 등으로 연결된다.


  수원천에는 수원 유상의 정신을 이어받은 상인들의 손도장으로 상도의 벽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장사에도 상도덕이 있어야 한다. 이 상도덕은 상부상조해 모두가 잘사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 했다. 

  정조가 팔달문시장을 만들었다면, 수원시장 심재덕은 남문시장의 부흥을 열었다. 수원천은 화성 성곽을 관통하는 수원의 젖줄이다. 이런 곳이 과거에는 오·폐수로 시민에게 버림받은 천이 되었다. 수원만이 아니라 당시는 산업화 시대로 도심의 하천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시장에 천장 덮개 시설이 있어 비 오는 날에도 다니기 편하다.

시장에 천장 덮개 시설이 있어 비 오는 날에도 다니기 편하다.


  수원시는 오염된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고 도로 개설로 교통체증도 해소하려고 했다. 대통령 공약에도 나왔다. 심재덕(당시 수원문화원장)은 시민과 함께 수원천 복개는 환경 재앙이 된다고 반대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심재덕은 민선시장으로 당선됐다. 그 후 수원천 복개 계획은 철회됐다. 하천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었다. 남수문도 복원하고, 하천에 산책로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렀다. 
 
전통시장의 매력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전통시장의 매력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덕분에 수원천은 쉼터가 되고 각종 축제를 여는 공간이 됐다. 화홍문에서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 남수문에 닿는다. 푸른 물결에 부드럽게 늘어진 버드나무에 하천에서 물놀이하는 조류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지동교는 특설무대로 활용해 가요제와 한복패션쇼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남문시장이 커진 데는 수원천을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든 데도 있다.

남문시장이 커진 데는 수원천을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든 데도 있다.


  남문시장에는 여러 시장이 나름대로 특화되어 있다.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에서 먹거리를 살 수 있고, 영동시장, 팔달문시장, 남문패션1번가시장에서 옷을 살 수 있다. 호매실동에 사는 주부는 "요즘 과일이 비싸다. 특히 겨울에 많이 먹는 귤도 많이 올랐다. 여기는 한 바구니에 6,000원이다. 시민 백화점에 스웨터 하나 사러 왔다가 한 봉지 샀다."라고 웃는다. 

남문시장은 시장별로 특화된 상품을 팔고 있다.

남문시장은 시장별로 특화된 상품을 팔고 있다.

  편의 시설도 좋다. 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천장 덮개 시설이 있어 비 오는 날에도 다니기 편하다. 전통시장은 주차장이 문제인데, 여기는 걱정이 없다. 주차비도 저렴하다. 화장실도 여러 군데 있어서 편리하다. 전통시장이 값이 싸지만, 온누리 상품권 사용하면 혜택이 더 있다. 설날 명절이 가까워지는데 장보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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