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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정취, 느껴보기 쉽죠?
2014-11-07 09:02:10최종 업데이트 : 2014-11-07 09:02: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팔달산 회주도로에서 장안문 성곽까지 가을의 운치를 맛보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 잠시 주눅이 들었나보다. 햇살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슬그머니 들어와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따사로운 감촉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좀 더 진한 양의 햇살을 몽땅 받아보고 싶은 욕심에 밖으로 나섰다.
뚜렷한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발길 닿는 대로 가보자 하던 심산이었는데, 발길은 어느새 팔달산 둘레 길에서 서장대를 향해 옮겨지고 있었다.

단풍이 아름다운 거리 명소로 뽑힌 팔달산 회주도로는 노랗고 붉게 물든 크고 작은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어우러져 늦가을의 운치를 물씬 뿜어내고 사각거리는 소리는 발끝에서 떨어진 낙엽들의 아쉬움의 소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화홍문과 장안문을 향해 가다보니 시끌벅적 떠들썩한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성곽에서 장안공원을 내려다보니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나온 모양이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순간 개구쟁이 남학생 하나가 여자 친구의 도시락에서 치킨 한 조각을 잽싸게 집어내며 달아난다. 여기저기서 친구들의 원성과 부러움이 섞인 음성들이 빗발친다. 그러기를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원래의 평온한 상태로 돌아와 즐거운 점심시간이 다시 시작된다.  잠시 본 풍경인데 재미난 구경을 하고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늦가을 정취, 느껴보기 쉽죠?_1
단풍이 아름다운 거리로 선정된 팔달산 회주도로를 알리는 현수막

산골 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때 시절이 떠올랐다. 한 학년에 한 반씩이 전부였던 산골 학교에서 초등6학년 때 소풍으로 떠났던 곳이 추풍령 휴게소였다. 그곳에 볼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리로 갔을까 하지만, 그곳에는 몇 종류의 동물들이 있는 작은 동물원이 한 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 흔하지도 자주 있지 않았던 산골 촌아이에게 버스를 타고 그것도 인기 있던 동물인 원숭이를 본다는 것이 신기하고 설레고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상고머리에 까까머리에 같은 머리스타일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단체사진을 찍던 그 때 반 친구들의 모습도 순간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관심 있는 여학생에게 유독 심술을 부리던 짓궂은 남학생이 있었다. 어디서나 고무줄 하나 가지고 빙빙 돌리며 슬쩍슬쩍 고무줄로 건들면서  그 여학생 주변만 맴돌던 그 아이는 지금은  누구의 아버지로 책임감 가지고 살아가는 중년의 가장이 되어 있지 않을까? 잠시 장안공원에서 소풍 나온 아이들을 보다가 삼십년도 넘은 추억의 한 자락까지 깊숙이 들어가 상념에 잠기게 되다니... 

광교 공원에서 느끼는 가을의 운치

늦가을 정취, 느껴보기 쉽죠?_2
광교공원에서 볼 수 있는 늦가을의 모습

비가 살짝 뿌리고 난 다음 찾은 광교공원은 그야말로 알록달록 단풍잎으로 푹신푹신한 융단을 깔아 놓은 모습이다. 밟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뿐더러 보는 재미는 더욱 놀랍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곱디고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붉게 타오르는 낙엽들이 지천에서 뒹굴고 있으니 말이다.

저만치 할머니 한 분이 허리를 굽히고 무언가를 찾고 있다. 같은 자세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다가가 보았다. 손에는 여러 개의 단풍이 든 색깔 짙은 예쁜 나뭇잎이 들려져있다.
"무엇하려고 주우시는 거예요?"
"우리 손주에게 주려고, 책갈피에 끼워 놓으면 예쁘게 되어서 오래두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소녀감성을 지닌 완전 낭만적인 멋쟁이 할머니이시다.

학창시절 가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일이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참 감정도 메마르고 척박하게 살아왔나 하는 자괴감이 할머니를 보는 순간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
이곳만 와도 정말 좋다가 연발되어진다. 수변산책로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늦가을의 운치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단풍이 아름다운 거리 명소로 이름을 올리기에 차고 넘치는 풍경을 담은 곳이기도 하다.

황구지천 오솔길에서 만난 늦가을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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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지천을 끼고 흙길의 오솔길이 가을의 운치를 느끼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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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지천 오솔길을 거닐며 가을정취를 사진에 담는 모습도 보입니다.

황구지천을 사이에 두고 벚나무가 어우러진 오솔길은 이곳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느끼기 어려운 흙길이 있기도 하고 논도 밭도 자연적인 주변의 풍경들로 하여금 마음이 평온하고 어느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도 해준다.
황구지천에 서식하고 있는 청둥오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덩달아 따라온다.

양쪽으로 운치 있게 자리 잡은 벚나무에서 한창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 그 사이 길을 걷는 재미는 정말 쏠쏠하고 아기자기하다. 왠지 이 오솔길을 걷고 있으면 근심 걱정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옛 수인선 철로의 흔적 또한 오솔길을 한층 운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단풍이 아름다운 거리 명소로 느끼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춘 쉽게, 가까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늦가을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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