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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보지 않았다면 가을을 이야기하지 마시라!
2014-11-07 09:34:53최종 업데이트 : 2014-11-07 09:34:5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마음이 다급해진다. 땅거미의 습격은 찰나일 터, 발놀림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만남의 장소 장안문 안내소에 도착한 시간 4시20분, 수원 토박이 형님은 도착 전인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휴우~ 다행이다. 아랫사람의 도리를 다했으니 오늘은 좀 튕겨도 되겠다 싶다. 
약간의 짬이 생긴 것이니 주변의 풍경을 점검한다. 

성벽아래에도 서보고, 장안문을 통과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감상한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저들은 우리보다 삶의 태도에 있어서 어쩐지 여유로워 보인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려니, 생각하지만 부럽다. 우린 시간이 얼마나 더 흘러야 저들처럼 느긋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무려나 마음만 편하게 살면 그만이지, 문화생활 운운할 필요까지야.... 홀로 별생각을 다하고 있을 즈음, 왼편 안내소 작은 문이 활짝 열리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수원화성 보지 않았다면 가을을 이야기하지 마시라!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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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보지 않았다면 가을을 이야기하지 마시라!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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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원화성으로 출타하셨어요?" 
안부 겸 인사가 이어진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이지만 어쩐지 늘 곁에 있는 사람처럼 친근하다.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니 모처럼의 만남도 어색하지 않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괜스레 미안해진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루 종일 안내하느라 힘들었을 터이니. 추운데 문을 닫으라, 말하곤 엉거주춤 물러난다. 

가을의 대명사 빨강 단풍잎 색깔의 점퍼를 입고 장안문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오는 '형님'이 드디어 보인다. 곧 해넘이 시작이니 보폭을 빨리하란다. '거북이 아닐랄까봐...좀 일찍 오시지.' 혼자 웃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수원화성의 풍광은 해넘이 직전이 백미다. 성벽을 타고 흐르는 곡선미를 포착하든, 포루 혹은 각루에 올라 전체를 조망하든 수원화성의 찰나는 아름답다 못해 눈이 부시다. 

서북공심돈을 중심으로 펼쳐진 장안공원. 엊그제 비가내리고, 바람까지 불어서일까.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노란실크카펫을 연상시킨다. 카펫 위에 돗자리 깔고 늦가을의 경치를 누리는 사람들의 풍경이 더해져 '아, 정말 아름답다!'는 찬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수원화성에 행차하셨던 정조임금의 어가를 닮은 화성열차가 지나간다. 젊은 운전자, 그 와중에 창문을 통해 V자를 그리고 인사를 한다. 넉넉한 마음, 멋진 늦가을 풍경이 더해졌음이리라.

붉은 해가 곧 떨어진다. 수원화성 늦가을의 절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억새밭을 향해 바지런히 걸음을 재촉한다. 성곽외벽을 끼고 걷기에 나선 사람,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한곳에 정지해 있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가족나들이에 나선 사람들, 이들을 제치고 전망 좋은 곳을 찾아 오른다. 

사진전문가 형님, 앞도 보고 뒤도 돌아보고 피사체에 걸맞은 구도를 잡으란다. 안목을 넓히라는 주문이다. 한 분야의 지존이 되기 위해선 모방은 필수다. 형님이 선정해준 위치에 서서 셔터를 마구 누른다. 스모그 때문인지 광교산 시루봉이 흐릿하다. 아쉽다.

그럼에도 수원화성 성곽의 곡선이, 각루(角樓)의 마루 빛이, 첩첩 벽돌이 저마다 색을 달리하고 가을향기를 풍긴다. 마치 알싸한 가을 새벽공기처럼 짜릿한 향기다. 
흠흠... 향기를 더듬으며 성벽을 따라 다시 걷는다. 인생이란 것이 오늘이 내일이 아니듯 계절 또한 시시각각 다르다. 그러니 순간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혹은 슬며시 감은 채 파노라마 화성을 캔버스에 그려낸다. 오묘함으로 빛나는 수원화성이다. 

수원화성 보지 않았다면 가을을 이야기하지 마시라!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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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보지 않았다면 가을을 이야기하지 마시라!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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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가 넘나드는 계절 만추(晩秋)다. 회주도로며 장안문 공원이며, 화성을 품고 있는 성안마을이며 온통 가을색이다. 노란색, 초록색, 붉은색 등 저마다 다른 빛깔의 옷을 입고 최절정의 풍광을 자랑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환호한다. 

늦가을의 절정을 맛보았으니 그냥 집으로 향한다는 건 계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백은 아니더라도 '일배일배 우일배(一杯一杯 又一杯)', 한잔 다시 한잔, 또 취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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