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하였으니
광교 역사공원에서 심신을 치유하다
2014-06-17 10:08:20최종 업데이트 : 2014-06-17 10:08:2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을 백수 또는 백수건달이라고 말한다. 직업이 없는 사람들을 흔히 백수라고 말하는데 자세한 뜻을 살펴보니 나는 백수건달은 아니다. 내 손으로 버는 돈은 한 푼 없을지 몰라도 놀고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업주부 생활도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일반 직장인들에 비하여 주눅들지 않을 만큼 효과를 창출한다는 일설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수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니 백수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월이 흘러 백수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언젠가부터 여자들에겐 약간의 유연성을 보인다. 어떤 면으로 보면 귀염성까지 있지 않나 할 정도로 혼돈을 가져다주는 백조. '백조' 얼마나 우아한 모습인가? 온몸이 순백색으로 물위를 고고하게 떠다니는 모습. 보는 것 자체로도 정화가 되는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렇게라도 억지를 부린다면 나는 백조다. 아직 부정적인 면이 많은 요즘 아줌마 백수의 일과는 어떨까? 백수라서 행복한 나날이다.

일주일 중에 가족과 함께 지내는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는 출근과 등교한 후부터 해 떨어질 때까지는 순수하게 나의 시간이다. 혼자만의 규칙이라면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해떨어지기 전에 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새들도 어두워지면 제 둥지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월요일에서 금요일 5일 동안은 자원봉사도 가고 도서관이나 문화 센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즐거운 나날이다.
그중에 월요일과 화요일 자원봉사 가는 날이 더 즐겁다. 특별하게 누가 기다려주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바쁘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은 느긋하게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광교박물관으로 향한다. 

대부분 근무시간에 맞춰서 가지만 가끔은 의도적으로 일찍 가서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하였으니_1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하였으니_1

광교역사공원에 있는 정자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한다. 아직 물풀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방지에는 어린 연이 뿌리를 내린다. 방지에 허리를 굽혀 내려다보는 작은 소나무의 솔방울에서 향긋한 솔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듯도 하다.
건너편 카페거리 뒤편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서 있다. 멀리는 있는 건축물은 아름다운 달력의 그림처럼 보인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하였으니_2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하였으니_2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하였으니_3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하였으니_3

사면이 탁 트인 정자에서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다. 정자 옆 키 큰 나무에는 빨간 꽃사과가 오종종 달려있다. 정원사의 정성이 돋보이는 정원수 뒤로 세종대왕의 장인인 심온 선생의 묘가 보인다. 아직은 자유롭게 관람이 되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만큼 사면은 교교하다.

갑자기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띵한 느낌이 온다. 당장 코앞이 기말시험이다. 세속을 초월하여 고상하고 고풍스러운 꿈에서 돌아와 한 학기동안 소외했던 학생 신분인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제 열어 보았던가, 본문에는 중간 중간 아우트라인이 쳐져 있는데 내용은 새롭고 처음 보는 것 같다. 보고 돌아서면 머리에서 술술 빠지는 형편인데 아직 담아본 적도 없는 것들이다. 큰 일 났다. 

그러나 치사하고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옛 선인들은 풍광 좋은 곳에서 마음을 수양하고 도를 깨치는 것을 즐겼는데 눈앞에 경치가 좋으니 놀기 원하는 마음이 크게 들고, 눈앞이 황홀하니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