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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
2015-05-18 07:06:53최종 업데이트 : 2015-05-18 07:06:53 작성자 : 시민기자   공석남

멋처럼 일요일이라서 이른 아침 나왔다. 이슬을 받아 안은 풀잎들이 멋스럽다. 길게 뻗은 길을 따라가며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우리 수원처럼 숲이 많은 도시도 보기 드물 것이다. 녹지 환경 가꾸기 사업이 곳곳에서 보인다. 가로수 길을 정비하고 도로 중앙에 붉은 흙으로 화단을 만든 것으로 봐서 무엇인가를 심을 것 같다. 
중장비 소리가 한참 열을 내던 엊그제는 무엇을 하는지 몰랐는데, 오늘 나와 보니 꽤 길게 화단이 형성되어 있다. 어쩜 여기에 나무가 심겨지면 자동차들의 물결 속에서 또 다른 생명의 기운을 느낄 것이다.

요즘은 눈이 즐겁다. 어디를 가나 꽃과 푸르른 기운으로 감동하는 계절이다. 오월이 주는 기쁨은 심장을 뛰게 한다. 환성과 아울러 행복한 에너지를 듬뿍 담아준다. 자연이 주는 선물 들꽃과 숲의 기운이다. 어디서나 군락을 이루며 사는 풀들의 왕성한 번식력은 자투리땅도 덮으려고 아우성치듯 달려드는 초록의 물결이다. 
그것들의 생명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바람에도 벌레에게도, 또한 뿌리로서도, 열매로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종족을 번식한다. 민들레가 꽃이 지고 나면 하얀 깃털을 달고 달랑인다. 아이들은 그것을 따서 입으로 훅 분다. 이런 식으로도 번식은 가능한 들꽃의 삶이다. 

찔레꽃이 함빡 피었다. 장미도 서서히 담장을 타고 올라와 가지에 꽃망울을 맺더니 하나 둘 입을 벌린다. 화사한 아침을 여는 꽃들의 향연이 서호의 울타리에 매달렸다. 코도 대보고 눈웃음으로 화답도 해본다. 다 죽은 것처럼 앙상한 뼈대만 달고 울타리에 매달려 겨울을 난 장미다. 지난계절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굳게 다져진 가지들 위에 힘찬 붉은 생명의 환생을 달았다. 이 생명이 어찌 대견하지 않으리.

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1
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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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2
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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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3
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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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4
오월의 꽃들이 여는 서호의 아침_4

언덕엔 아카시가 아침선물로 향기를 날린다. 깊게 마셔본다. 달콤하다. 주절주절 포도송이처럼 매달린 꽃송이가 탐스럽다. 어느 시인은 이 꽃의 향기를 맡고 고향을 노래했다. 들꽃은 아니지만 오월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이며 향기로운 꽃이다.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지 그 옆에는 어느 나무나 풀도 자생할 수 없을 만큼 뿌리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저만이 간직한 매력과 만나는 아침이다.

이름도 모르는 들꽃들의 아름다움에 취해 열심히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서호에 물결이 일며 물오리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방죽을 넘어 저수지에 살짝 앉는 오리들. 마음대로 날을 수 있는 저 멋진 폼이 부럽다. 뒤뚱거리는 걸음인 줄만 알았는데 풀섶을 가로질러 상당히 멀리 날아가 앉는 모습은 여느 새들과 진배없다.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받고 태어난 것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에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능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사람이 없고 각자의 특성으로 세상에 맞게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혹여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계절이면 제 할 일을 마무리하는 들꽃 같은 삶도 있다. 

다년생도 한해살이풀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에서 나는 이아침 생명의 기운을 마신다. 제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모습은 본받을 만하지 싶다. 어떻게 제철인줄 알고 머리를 내밀고 팔을 뻗고 고개를 가누며 일어서는지. 척박한 땅에서도 그리고 터진 아스팔트 좁은 틈사이로 삐져나온 그것들, 뿌리만 내릴 곳이면 가리지 않는 강인한 생활력이다. 

자신이 처한 곳이 위험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를 뿌리에 맡긴 이들의 삶은 오로지 일편단심 한 길이다. 신이 주신 신념을 한 줄기 뿌리에 박고 믿음으로 버티어내는 풀들의 전략은 대단하다. 이들처럼 미래를 맡길 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슬을 머리에 이고 찬란한 아침햇살에 얼굴을 내민 초록의 얼굴들이 예쁘다. 무성한 숲에 쑥대가 많이 올라왔다. 잎이 너풀거리고 촘촘히 솜털을 달고 올려다본다. 난 쑥을 좋아한다. 그래서 봄이면 한차례 쑥을 뜯고 쑥개떡으로 아이들에게 고유한 조상의 맛을 선보인다. 
전에는 시커멓고 맛도 이상하다고 안 먹던 손자가 그 떡이 맛있단다. 착한 손자를 위하여 쑥을 뜯고 떡을 만든다. 그 향기와 쑥의 오묘한 맛을 잊을 수 없는 봄날인 걸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서호 제방 둑에 지천인 쑥 동산이다. 쑥의 강인한 인내력은 그 어떤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풀이다. 한여름에 꽃은 피지만 수수하다. 그 약효와 먹을 수 있는 풀로 더욱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집 밖에만 나오면 초록의 세상과 만나는 오월이다. 이것들의 푸른 얼굴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의 한 살이도 생각한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진 생명이 아니란 것, 내 부모가 나를 낳고 내 자식이 제 자식을 낳는 순환의 고리로 연결된 인간관계를 생각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풀들처럼 우리들 역시 이웃과 접하며 왕래하고 더불어 손잡고 살아가는 소통의 세상살이다. 

한해살이는 한해를 살 것이고,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고 간다. 인간과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이처럼 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서로 얽혀 살아간다. 모두 종족을 번식하면서 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세상살이인 것 같다. 그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생리형태는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풀도 있지만 무용지물 같은 잡초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도 제 할 일을 다 하고 산다. 아침을 상쾌하게 열어주는 풀들로 인해 기분 좋은 일요일을 맞았다. 한 번쯤 아침잠을 반납하고 나와 봄직하다. 오월의 풀숲에는 희망이 있고 경이로움이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이 풀들의 하루도 눈에 띄게 다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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