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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정조대왕의 숨결 속에 근대산업화의 성지 느껴
2015-01-18 12:19:25최종 업데이트 : 2015-01-18 12:19:25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북한사람들까지도 여기 서호의 혜택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정조대왕께서 일찍이 서호(축만제)를 만들고, 농업기반을 튼튼히 다져놓은 덕분에 그 후광으로 오늘 날 대한민국이 쌀 부자가 되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쌀이 남한에서도 부족했다면 어떻게 북한에 쌀을 보낼 수 있었겠느냐. 

일제강점기를 거쳐 5,16후에는 전국의 새마을지도자, 기업체 간부, 공무원 등 내로라는 수많은 나라의 일꾼들이 여기에 와서 농업중흥정책의 교육을 받으며 새마을운동 노래를 불렀고, 잘살아보자며 새벽마다 서호를 뛰며 돌았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은 일흔아홉 살 백태기 노인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이사 갔지만 옛 농촌진흥청의 농사시험장과 함께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다고 할 수 있는 새마을운동의 성지였다고 할까. 

전철을 타고 수원역과 화서역사이를 지나다 보면 서호가 한눈에 보인다. 그곳 뚝 위에는 축만제라는 표석이 서있다. 이는 정조대왕께서 농업생산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1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1

그 시절 정조대왕께서는 농사를 잘 짓는 전국의 농민들로부터 터득한 기술을 써 올리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것을 책으로 만들어 소득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윤음을 쓰느라 며칠 째 밤을 새워 닭 울음소리를 듣는다며 괴로워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 역사와 함께 정조대왕의 숨결이 느껴지는 서호는 이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일 뿐만 아니라, 가까운 시민공원으로 즐겨 찾고 있는 수원의 명소가 되었다.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2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2

옛 농촌진흥청 입구 길에서 공원으로 들어오면 화장실과 함께한 가건물 하나가 있다. 이곳이 서호 지킴이들의 아지트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서호사랑 시민모임'의 집이다. 

전에 한번 지인을 만나기도 했던 곳이어서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위의 백 노인과 다른 한분이 계셨다. 아는 이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스승과 제자가 되어 얼마나 열심히 컴퓨터 공부를 하고 계신지 선뜻 말 걸기가 쉽지 않았다. 

수원에 살다보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기 나오시는 '서호사랑 시민모임'회원들은 특별한 것 같았다. 다음카페 '서호사랑 시민모임'의 가입 회원은 모두 100여 명이 넘었다. 이들은 한 달에 한번 친목을 다지기 위한 등산을 한다고 했다. 또 매일 아침이면 주변에 사는 10여 명의 회원들이 이곳에 나와 호수를 돌며 운동을 하고, 아지트에 모여 차도 함께 나누며 얘기하고 저마다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공원을 돌며 청소를 하고, 자체적으로 서호와 그 상류지역에 대한 수질과 철새, 생태환경조사도 한다고 했다. 또 환경단체에도 참여하여 활동하는가 하면, 이곳을 찾는 학생과 시민 관광객들에게 문화유산인 서호와 항미정의 해설도 해준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시민 모임의 활동 덕분에 서호가 전에 비해 해마다 수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호수 유입 상류에는 수질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앞으로는 더 맑고 깨끗한 서호가 될 것이라고 환한 미소를 떠올려 보이기도 했다.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3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3

넓지 않은 아지트 공간 안에는 빛바랜 옛 사진들이 벽을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해마다 이곳 공원에서 봄이면 한 차례씩 옛 사진전을 열기도 하여 찾는 분들의 호응과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걸려있는 그중 100 년 전 항미정에서 바라다본 서호였다고 하니 당시의 나체사진을 본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지금 서호에는 가마우지, 논병아리, 청동오리, 쇠물닭, 비오리, 해오라기, 백로, 왜가리 등이 서식하는 낙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서호사랑 시민모임'회원들 뿐만 아닌 수원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서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것만 같았다.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4
낭만적인 겨울 서호와 항미정, 그림 같아 _4

비록 중국 항주의 서호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소동파의 시상이 빚어낸 이름일 뿐, 수원의 이곳 서호에 대적할 만한 사진 모습은 그 어디에도 인터넷 중에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원경이어서 미인의 눈썹을 닮았다는 항미정의 자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의 오른쪽 숲에 감춰진 모습은 신비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서호와 함께 빚어내는 한 폭의 그림이며 정녕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도 같은 앙상블을 이룬다. 

세상의 음악가, 화가, 문학가, 그 어느 누구라도 고뇌하며 심오한 발상을 갈구한다면 주저 말고 수원의 서호로 가라며 권하고 싶다. 그곳에 가면 정조대왕의 정치 문화 예술 국방의 모든 것에 대한 기를 느끼게 된다고, 또 느끼며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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