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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
2015-01-19 08:35:34최종 업데이트 : 2015-01-19 08:35:3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주말 오후 가족들이 옹기종기 거실에 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질 때다. 여느 때라면! 
저마다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남편은 온몸이 찌뿌둥하다고 진즉에 운동하러 나갔고, 올 초 취업전선에 뛰어든 큰놈은 이른 아침 돈 벌러 나갔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둘째 놈은 학원가야 한다며 나가버리고 집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갑자기 엉덩이가 들썩인다. 카메라 챙기고 수원화성으로 출사한다.

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1
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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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2
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2

지동교로 가기 전 수원통닭거리로 들어선다. 
'으악'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다큐3일' KBS 2TV 방송 나가고 연일 사람들로 난리라더니 주말을 맞아 초만원이다.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주문을 위해 기다리는 줄이 골목길로 가득하다. '통닭을 먹기까지 족히 한 시간은 걸리겠다!'는 기다리는 이의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거리에 활기찬 사람들로 넘쳐나니 발걸음이 절로 가볍다.

남수문 위 비둘기들이 촘촘하다. 그 또한 장관이라 사뿐히 움직여 카메라 앵글에 담아낸다. 수원천은 무심한 듯 꽁꽁 얼어붙었다. 동남각루로 오른다. 연인의 손을 꼭 잡고 언덕을 오르는 뽀족 구두 아가씨가 성벽과 참 잘 어울린다. 동남각루가 공사 중이다. 수원화성을 처음 온 관광객일까. 가림막 틈으로 '어떻게 생겼나?' 바라보는 중년의 남성과 마주한다. 온전한 모습을 보려면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3
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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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4
지난 밤, 눈 내린 화성에서 놀다_4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무채색이다. 앙상한 가지를 품고 봄을 기다리는 나목(裸木)들을 지나치며 성곽 길을 걷는다. 곡선이 아름다운 수원화성 성벽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밋밋한 겨울 나들이, 근사한 화성이 끌어 안는다. 포루와 노대에 올라가 성 밖의 풍광을 바라본다. 두 뼘 총안 사이로 난 아웃사이드도 잊지 않고 접수한다. 화성바라보기는 동체가 어디로 향하던지 모두가 거대한 화보다. 

수원화성 나들이에 나선 일가족, 바람이 센 동북공심돈 앞에 선다. 오방색의 연을 띄우기 위함인가. 아이들을 위해 능숙한 자세로 얼레를 잡는 아빠의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 그 풍경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긴다.
풍채 좋은 조선무인이 군복을 입고 월도 무예라도 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연무대가 장엄하게 다가온다. 나의 바람과는 달리 추위 때문인지 한가롭다.

스산한 날씨가 성벽을 타고 흐른다. 눈이라도 올 기세다. 
아무려나, 늦은 저녁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들려온다. 올 한해 눈다운 눈을 만나지 못한 터라 기다리기로 한다. 화성이 단숨에 눈꽃 화성으로 뒤덮은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인근에서 어기적거리며 때가 되기를 기다린다. 성벽 옆 6개월 전에 들어섰다는 어여쁜 카페에도 들어가 보고, 선술집에 찾아가 탁주도 한잔 들이킨다.

새해 첫 소망이 이루어지는 걸까. 까만 밤을 뒤덮는 하얀 눈송이가 마치 폭포수 쏟아지듯 허공을 사선으로 빗 긋는다. 
신속히 공간이동, 화성행궁으로 달려간다. 신풍루, 하얀 이불을 뒤집어쓰곤 나를 맞는다. 낮과는 다른 설경 속 화성의 아름다움, 발길 옮길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성안마을 행궁동과 화령전을 만나고 화서문으로 간다. 사위가 백야(白夜)로 찬란하다. 

설화(雪花)로 피어난 수원화성, 시간도 멈춰 설 만큼 흥분되는 찰나의 미다. 그렇다. 을미년 새해 제대로 된 대자연의 선물일 터, 그곳에서 그렇게 한참 서 있는다. 아침이면 사라질 애틋함을 끌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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