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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성곽길에서 만난 이 커피집, 예술을 품었네
2015-01-19 15:50:59최종 업데이트 : 2015-01-19 15:50:5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처음엔 선술집인줄 알았다. 그런데 어라, 술집이라 하기에는 겉모습이 참 고급스럽다. 가까이 가봐야겠다. 조그만 글씨 '화덕 피자집'이 벽면 상단에 새겨져 객을 반긴다. 이게 뭐람, 선술집인가 했더니, 화덕피자를 판단다. 그런데 좁은 측면과는 달리 왼편으로 길게 늘어선 가게 외형이 영락없는 커피숍이다. 들어가 봐야 이 건물의 정체를 알 수 있겠다 싶어 정문을 찾아 알짱거리는데 늘씬하고 어여쁜 아주머니가 청소중이다.
"영업하나요?"
들고 있던 마대자루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오라며 문을 활짝 열어준다.

화성 성곽길에서 만난 이 커피집, 예술을 품었네_1
주변은 정비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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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성곽길에서 만난 이 커피집, 예술을 품었네_2
화성 성곽길에서 만난 이 커피집, 예술을 품었네_2

주말 수원화성 성곽 길을 걷기위해 수원천을 건너 동남각루에 올랐다. 동쪽 코스는 오래간만이다. 한겨울 임에도 자투리 공원과 게이트볼장에 인근 주민들이 나와 추위속에서도 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화성 동쪽 성벽을 따라 걷다가 성벽 아래로 내려와 마을로 가는 소로를 탐색하기도 하는 등 요리조리 살피다가 봉돈을 지나 창룡문 가까운 곳, 한참 주변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남수동 마을 입구 눈에 확띄는 흰색 건물과 마주했다. 

'음, 화덕피자집이라도 커피는 팔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단순한 커피집이 아니라 예술공간 갤러리임을 알게됐다. 다소 오래된 시멘트집 두 채가 도예가의 손을 거쳐 환골탈태, 예술문화복합공간으로 탄생됐다. 골격을 그대로 살린 앞집은 화덕피자집으로, 뒤에 있는 한 채 집은 허물어진 모습 그대로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설치미술과 조형예술작품이 자리하면서 새 생명을 얻었다. 

사방이 모두 앵글 속 세상이다. 정신없이 감상하다 흠칫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의 아주머니가 가게 2층도 예쁘니 올라가 보라한다. 계단도 예술이라 마치 유리 구두를 싣고 올라가듯 조심조심 올라갔다.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못한다. 직사각형 창문유리로 보이는 수원화성 성곽이 별천지처럼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수원화성의 경치를 차경(借景)한 공간의 주인장이 궁금해졌다. 아래로 내려간다. 

"주변 경관을 보면 오래된 옛집뿐인데, 어찌 알고 성곽 길에 이처럼 멋진 경관을 꾸밀 생각을 했나요?"
"아, 저는 플로리스트이며 잠시 아르바이트하는 중입니다. 주인장은 도예가이고 수원사람은 아니예요. 지금 외출중인데 곧 돌아오실 겁니다. 돌아보셔서 눈치 채셨을 테지만 그림 그리는 아들과 함께 주인장이 모두 손수 만든 공간입니다. 수예, 전래 꽃꽂이 등 수강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커피와 전통차를 마시기도 하는 곳입니다. 아, 화덕피자도 팔고요. 이곳에 온지 2개월째인데 화성 성곽이 보여 정말 행복해요. 해넘이가 시작되는 저녁이나 눈 내리는 풍경이 정말 예뻐요. 자꾸 매력에 이끌려 화성공부도 해볼까 합니다. 잘 모르거든요."
알바중이라는 그분, 목소리에 자부심이 담겨있다. 

화성 성곽길에서 만난 이 커피집, 예술을 품었네_3
화성 성곽길에서 만난 이 커피집, 예술을 품었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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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성곽길에서 만난 이 커피집, 예술을 품었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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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작품 감상 삼매경에 빠지느라 주문을 아직 하지 않았다. 피자 맛보기는 다음으로 미루겠다고 말한 후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까지 다시 작품 감상에 들어간다. 아무리 봐도 정성이 가득한 공간이다. 작품들 저마다 고상한 품격을 한껏 드러내며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성곽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일순 커피향이 훅 풍겨온다. 커피가 한 사발 그득하건만, '리필'되니 부담없이 말하란다. 저것을 다 마시면 바로 배터질 것이라며 엄살을 떤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숨겨져 있던 커피의 깊은 맛이 은근하게 몸속으로 들어온 덕분이겠다. 모처럼 맘에 드는 집이다. 

요즘 수원화성 주변은 이처럼 예술을 겸한 복합문화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성곽 주변이나 행궁동 주택가 좁은 골목 마을길에 아담하고 정겨운 커피숍, 찻집들이 차려지고 있다. 이젠 화성 성곽 길에 쉼터 휴게의 개념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예술 공간이 화성탐방객을 맞이한다. 반가운 일이다. 외관을 보고 궁금해 들른 이곳에서 맛 좋은 커피와 따뜻한 화성을 만났다. 이제 더 많이 동쪽 화성성곽 길을 찾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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