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왕과 왕비가 되어보지 않겠소?"
봉수당 회갑연 수원화성문화제의 백미..2백 년 전 정조대왕 효심 가슴에 전해와
2014-10-13 08:50:39최종 업데이트 : 2014-10-13 08:50:39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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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왕이 되어보지 않겠소?" 궁중무 혜경궁홍씨가 봉수당으로 가고 있다. 찬자의 호명에 따라 출연자들이 단상에 자리를 잡고 난 뒤, 혜경궁홍씨가 궁녀의 진홍빛 차일아래 걸어서 단상을 거쳐 봉수당 마루에 좌정을 하였다. 그 뒤 정조대왕께서 내관이 받쳐 든 금빛 차일을 따라 단상에 올라 어머니에게 진찬, 헌화, 헌주, 헌시를 하였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천세삼창을 모두가 손을 높이 들어 만세 부르듯 세세라고 외쳤다. 예식 중의 설찬에는 초대된 분들에게 궁녀들은 저마다 독상으로 차려진 음식을 전하였다. 진중한 가락에 맞춰 근엄하신 정조대왕의 거동이나 혜경궁홍씨의 모습 또한 실제 인물을 연상케 하였고, 이는 마치 시대를 거슬러 200 년 전의 그 시절로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보며 문득 예전에 고모님의 환갑잔치 때가 생각났다. 시골 농촌 마을의 촌부였지만 초대된 동네 손님들에게 각자 음식을 따로 마련하여 독상을 차렸던 것이다. 일꾼들은 번거롭고 힘들기는 하여도 남의 눈치나 체면을 볼 것 없이 마음대로 손님들을 편하게 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통 환갑잔치에서 대접하는 음식상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여보,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왕과 왕비가 되어보지 않겠소?_3 식은 정조대왕이 다시 어머니께 술을 전해 올리고 몇 가지 예를 치른 다음 철상을 하며 끝났다. 뒤풀이로 흥겨운 노래 가락과 춤을 추었고, 마지막으로 수원화성문화문제 효행상 수여가 있었다. 효행상은 그동안 부모에게 효도를 한 자녀들로서 각 구청이나 동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수원시장이 수여하는 것이라 했고, 제1부시장께서 대신했다. 권선동에서 왔다는 김아무개씨는 친구가 상을 받게 되어 꽃다발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아흔여섯 살 되신 아픈 시어머니를 26년 동안 봉양하며 잘 모셨다고 했다. 수원을 일컬어 효의 도시라고 한다. 이는 정조대왕의 부모에 대한 효심을 바탕으로 하여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려는데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에 재연되는 이 회갑연 또한 그런 부모 숭상의 효 정신을 기리는데 있지 않겠는가싶었다. 여보,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왕과 왕비가 되어보지 않겠소?_4 600년 이상 되었다는 이 노거수 느티나무는 정조대왕을 얼마나 보았으며 또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효심의 정신이 이어져 살아나듯 신비감 속에 수원의 명소를 지켜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봉수당을 나오며 왕의 회갑연, 소감을 물으니 아내는 이만하면 먹지 않아도 터질 듯이 배가 부르다며 너스레를 부렸다. 가을빛이 완연한 고목나무 위로 파란 하늘이 가슴을 물들여왔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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