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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리, 그 길 끝에 저수지가 있었네
답답할 때 찾아간 에코브리지, 최고의 힐링장소
2014-09-05 08:56:17최종 업데이트 : 2014-09-05 08:56:17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10리, 그 길 끝에 저수지가 있었네_1
숲길이 아름다운 광교 에코브리지길
 
살다가보면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무엇인가 가슴을 치미는 울화가 차오른다. 예전 같으면 당장 일을 냈을 그런 울분이지만, 이젠 그런 것들을 스스로 삭여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고 어디 시골구석에 사는 생활이 아니니 소리도 마음대로 지를 수가 없다. 이럴 때 정말 고마운 것은 내가 수원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원에는 광교산과 팔달산, 칠보산이 있다. 어디라도 마음만 먹으면 길지 않은 시간에 산을 오를 수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산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원천 길이나 광교에 짐승들이 다닌다는 길인 에코 브리지(생태통로)가 있다. 집을 나와 천천히 봉녕사로 향했다. 날이 잔뜩 흐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금방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10리, 그 길 끝에 저수지가 있었네_2
걷다가보면 아름다운 길이 펼쳐진다
 
천천히 걷는 숲길, 피톤치트 제대로

숲 속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피톤치트'라는 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좋은 물질을 만난다고 한다. 이 기운은 결핵까지도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자연히 가슴에 답답한 기운쯤은 어느 정도 해결해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짐승들이 다닌다는 길인 에코브리지. 물 한 병을 손에 들고 천천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시작해 원천저수지가 보이는 곳까지 약 4km정도. 딱 십리길이다. 그 길을 걸었다가 다시 돌아오면 20리길이다. 잰걸음으로 걸아서 왕복을 한다면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는 길이겠지만, 그렇게 바삐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 길은 걷다가보면 여기저기 소로길이 손짓을 한다. 그 길도 한번 들어가 본다.

천천히 걷다가보니 사람들이 눈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요즈음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모습이다. 누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지날 것인가? 괜히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편안한 표정으로 웃어주고 목례를 하고 지난다. 숲이 주는 여유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가 보다.

10리, 그 길 끝에 저수지가 있었네_3
곳곳에 쉼터가 있어 좋다
 
그 길 끝에 저수지가 있었네       

바쁠 일이 없다. 그저 몇 발을 걷고는 심호흡을 한 번씩 한다. 그리고 또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반딧불이 다리, 나비잠자리다리, 소나무다리 등 정겨운 다리들을 지난다. 그 다리들 밑으로는 차들이 지나다닌다. 사람들이 만든 인위적인 이런 길로 인해 짐승들이 다닐 수 없게 되자, 이렇게 에코브리지를 조성해 짐승들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꼭 그 길로 짐승만이 다니기를 바란 것일까? 과거 우리네 생활이란 것이 어디 사람과 짐승이 따로 살았을까? 그저 함께 자연을 즐기면서 너나없이 살았다. 이 생태통로인 에코브리지에는 그런 과거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 받을 수가 있다. 그래서 이 길이 좋은 것이다.

혜령공원과 이의배수지를 지난다. 그리고 또 걷는다. 십리 정도 오르고 내리고 좁을 길을 걸었다. 그 길 끝에 저수지가 보인다. 반환점을 온 것이다. 이제 다시 돌아가면 십리 정도, 이미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었다.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쉼터에 잠시 다리를 편다. 물 한 모금을 들이키면서 주변을 돌아본다. 아직 가을이 되기에는 조금 이른 철이다.

10리, 그 길 끝에 저수지가 있었네_4
십리를 걸어 온 그 끝에 저수지가 보인다
 
이 숲을 걸으면서 속에 든 응어리를 풀어버린다. 그래서 산을 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누군가 그 산이 인간들로 인해 오염이 되고 있다고 세상을 탓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들의 몫일뿐이다. 숲은 자연적인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그 숲에 사람이 들어가 그 자연의 힘을 배우는 것이다.

왕복 두 시간. 다시 봉녕사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지만 옷이 젖은들 무슨 대수이랴. 숲에서 받은 기운만 해도 두 시간 전의 내가 아니지 않은가?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시간을 산에 오르고 숲을 걸으며 새삼 느끼는 점이다. 수원이 있어서 살만하다는.

에코브리지, 생태통로, 광교호수공원, 봉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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