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아서 더 아름다운 공간, 그곳에 시간이 산다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수원의 특별한 여행길을 걷다
2026-10-16 14:08:42최종 업데이트 : 2026-10-16 14:08:41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
|
정자동 일일일씨엠(111CM). 연초제조창 건물을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26~2027년은 '수원 방문의 해[Suwon For You]'다.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2026년)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30주년(2027년)을 계기로 수원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수원특례시는 연간 관광객 1,5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다양한 관광 활성화 정책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수원에 가면 어떤 명소가 있을까.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으레 이런 질문부터 던진다. 하지만 여행은 꼭 이름난 관광지만 따라가야 완성되는 것일까. 모두가 몰려가는 화려한 장소에서 잠시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풍경은 의외로 다른 곳에 숨어 있기도 하다. 고색뉴지엄. 폐수처리장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는 공간이 됐다. 수원 여행으로 세월의 흔적을 품은 공간, 한때 잊혔지만 새로운 숨결로 다시 살아난 도시 재생 공간을 돌아본다. 시간을 버티며 단단한 구조물로 자신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닌 허름한 외관으로 멋을 내고 있다. 사람들에게 크게 주장하지도 않고,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처음부터 머물러서 풍경 일부처럼 서 있다. 빠르게도 변화하지 않는 대신 꾸준히 이야기를 채워왔다.
정자동(장안구 수성로 195)에 일일일씨엠(111CM) 공간이다. 이곳은 정자동 111번지로 1971년부터 2003년까지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이다.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산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공장 시설 집적화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고 20여 년간 방치되었다. 지금은 대형 쇼핑몰까지 들어와 눈과 마음을 홀리고 있어 지나갈 때면 한참 동안 "여기가 원래 뭐였더라?" 되새겨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파트 및 상업시설로 개발하고, 일부를 남겨 2021년 11월 1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휴게공간, 문화예술공간으로 구성되어 누구에게나 열린 휴식과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인문학적 사고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치를 통해 예술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고색뉴지엄은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전시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일일일씨엠은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했다. 콘크리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공간은 거친 질감으로 조용한 공간을 채운다. 도시의 흐름과 조금 다른 속도로 숨 쉬는 여유를 준다. 간판도 크지 않고, 작은 공간이지만 따뜻함이 깊게 느껴진다. 큰 도로 뒤쪽에 있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를 그대로 놔두며 새로운 건물로 탄생한 곳이 우만동에도 있다. 수원시 글로벌평생학습관(팔달구 월드컵로 381번길 2) 내에 지관서가다. 작은 도서관 혹은 북카페라고 하는데, 인문학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공간으로 겉모습부터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보인다. 층간 구분이 없이 내부가 하나로 연결된다. 내부도 벽면에 책이 있는 것 외에는 크게 꾸미지 않았다. 개방성이 좋아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걸음, 복도를 따라 흐르는 햇빛, 창가에 머무는 그림자까지 하나로 어울린다. 도서관이라기보다 편하게 쉬고 싶은 공간이다. 잠시 들른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싶은 곳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작은 안식처 같은 곳이다. 지관서가. 폐교를 활용해 만든 공간으로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보인다. 고색동에 가면 고색뉴지엄(권선구 산업로 85)을 만난다. 이 공간은 특별히 애정이 간다. 자칫하면 헐릴 뻔했는데, 재탄생에 성공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전기, 전자, IT 등 첨단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폐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방치되어 있던 폐수처리장은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처럼 변신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도 원래는 철도역이었다. 철도역이 기능을 다 했지만, 허물지 않고 본래의 건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술관으로 바꿨다. 고색뉴지엄도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전시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회화, 사진, 시화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열린다. 클래식, 국악, 미술 등 여러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는 공간이 됐다. 부국원 건물.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이래 별다른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화성행궁에서 향교로 가다 보면 오래된 건물이 버티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있는 구 부국원이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이래 별다른 증축이나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작은 전시관도 있는 근대 문화공간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관람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을 마음에 담아왔는가'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 그 안에 스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도시가 스스로 치유하고 버티는 과정을 느낀다. 화려한 관광지에서 사진을 남기지 못하지만, 오랜 숨결을 품는 감성 여행을 누린다. ![]()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