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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8경 '나각망월'은 어디?
방화수류정에서 달맞이
2018-04-20 17:43:25최종 업데이트 : 2018-04-20 16:55:40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며칠 전 보름달이 떴을 때 수원8경 중 하나로 알려진 나각망월(螺閣望月)을 보고자 방화수류정에 가봤다. 방화수류정에 앉아서 달이 뜨는 위치가 어디인지 보고, 용연을 한바퀴 돌면서 달의 위치를 알아봤다. 
그런데 나각이라 불리는 동북공심돈은 달이 뜨는 위치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고 보름달은 동북포루(東北鋪樓) 위에 떠 있었다.
수원화성의 방화수류정, 용연, 동북포루, 동북공심돈을 공간적 배경으로 탄생한 수원8경에 대해 역사적으로 추적해 보았다.

수원8경 '나각망월'은 어디?_1
용연에서 바라본 보름달

수원8경이 처음 기록으로 등장하는 것은 '화성성역의궤'다. '사들인 큰병풍 3좌(비단 바탕에 화성 전도를 그린 것 매좌 150냥), 행궁에 설치한 중병풍 2좌(비단 바탕에 화성의 춘추팔경을 그린 것 매좌 값이 50냥, 봄의 팔경은 화산서애(花山瑞靄), 유천청연(柳川晴烟), 오교심화(午橋尋花), 길야관상(吉野觀桑), 신풍사주(新豊社酒), 대유농가(大有農歌), 화우산구(華郵散駒), 하정범일(荷汀泛鷁), 가을 팔경은 홍저소련(虹渚素練), 석거황운(石渠黃雲), 용연제월(龍淵霽月), 귀암반조(龜巖返照), 서성우렵(西城羽獵), 동대화곡(東臺畵鵠), 한정품국(閒亭品菊), 양루상설(陽樓賞雪), 이상의 값이 550냥'. 화성 축성(1794~1796) 이후 정조대왕이 신료들과 더불어 화성 춘8경 추8경을 정하고, 단원 김홍도에게 병풍으로 그리게 했다.

이후 한글본 '뎡리의궤(정리의궤)'에 16경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오는데, '용연제월(龍淵霽月)은 용연의 개인 달이다'로 8경의 공간적 배경으로 용연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수원화성에서도 경치가 뛰어난 곳인 용연에서 달뜨는 모습을 보거나, 용연에 비친 달을 보는게 꿈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후 홍길주가 쓴 표롱을첨(1836년)에는 용연후월(龍淵候月, 용연에서 달맞이)로 글자 한 개가 바뀌었지만 공간적 배경은 역시 용연을 벗어나지 않았고 내용도 약간 바뀐 정도다. 
조선후기 고종 연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8폭 병풍 시 '화성8경'에는 용연순채로 다소 다른 내용으로 용연이 나오며, 방화수류정이 등장한다. 
최남선이 1908년에 지은 장편 기행체 창가에 '달바라난 나각(螺角)은 엇디되얏나'에 나각 즉, 동북공심돈이 처음 등장하고, 1912년 이원규가 채록한 수원8경가에 나각망월(螺閣望月 소라각 바라보니 달 밝은 하늘 언제 올 것인가)로 공간적 배경이 용연에서 동북공심돈으로 바뀌게 된다.
이후 수원8경은 일본인들에 의해 나각대월(螺閣待月), 용지대월(龍池待月)로 기록되기도 했지만 공간적 배경이 바뀌지는 않았다. 
 
수원8경 '나각망월'은 어디?_2
방화수류정에서 바라본 보름달

정조임금 당시의 추8경인 용연제월은 그 경치의 주체가 용연이었지만 100여년이 지나면서 나각으로 바뀐것인데,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고 공간적으로 방화수류정과 동북포루는 언급된적이 없다. 일설에 의하면 방화수류정에서 동북공심돈 위로 달뜨는 모습을 바라본게 나각망월 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방화수류정이나 용연에서 달뜨는 모습을 보면 동북공심돈이 아닌 동북포루 위로 달이 뜬다. 계절에 따라 달이 뜨는 위치가 약간씩 바뀌기는 하지만 동쪽에서 약 5도 차이가 나므로 육안으로 볼때는 항상 비슷한 곳에서 보름달이 뜬다고 보면 된다.

직접 달맞이를 해보니 용연에서 달뜨는 모습을 보는 것 보다는 방화수류정에 앉아 달뜨는 모습을 보는게 더 운치가 있어 보인다. 비가 내린 후 방화수류정에 앉아 있으면 화홍문에서 쏟아지는 물보라 소리가 들릴것이고 밝고 맑게 뜨는 달을 보면 기분은 경쾌해지고 경치는 얼마나 장쾌하겠는가.
조선시대 이후로 숱한 시인들이 방화수류정에 앉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시회가 있었을 것이고 쓰여진 시가 방화수류정 내부 현판에 걸려 있다면 더욱 멋졌을 것 같은데, 전하는 시가 없다는게 안타깝다.

 

 

한정규님의 네임카드

수원8경, 나각망월, 용연, 동북공심돈, 동북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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