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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시인의 '본의 아니게'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7-20 19:12:02최종 업데이트 : 2018-07-20 19:12:02 작성자 :   e수원뉴스
이정원 시인의 '본의 아니게'

이정원 시인의 '본의 아니게'

장마 무더위가 끝나면 불볕더위. 도시의 포장길은 온몸이 녹아난다. 그 위의 발이나 바퀴도 고행이지만, 저녁이면 그래도 서로의 골목 찾아 지친 하루를 위로한다.

이정원(1953~) 시인도 골목 좀 찾았는지 남문 안팎을 그리고 있다. 시인은 2002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와 2005년 '시작'으로 등단, 시집으로 '내 영혼 21그램' '꽃의 복화술'을 펴냈다. 밀도 높은 언어와 날선 감각으로 삶의 다면을 파고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원에 오래 산 시인이니 수원 골목쯤 훤하겠다. 그 중 남문 일번지 옛 중앙극장 뒷골목도 찾았던지, 삶의 골목에 다양한 기억을 중첩한다. 특히 동음이의어 활용이 눈에 띄는데, 이를 통한 다의성 확보와 의미 심화는 득의의 영역이다. 이 시에서도 그런 언어 교합이나 중첩 등이 이루어내는 묘미가 여럿 있어 곰곰 되씹게 한다.

특히 '본의'와 '보늬'의 접맥은 새롭다. 동음이의어는 아니지만 발음의 유사성에서 착안한 듯. 보늬는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에 있는 얇고 떫은맛이 나는 속껍질'(우리말). 본의는 '본래의 의도나 생각, 본디 가진 참된 심정'(한자어). 일상에서 많이 쓰는 본의와 새롭게 닿는 보늬는 차이 속의 유사성으로 묘한 진의를 드러낸다. '본의는 보늬처럼, 뒤집어쓴 껍질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보면 '밤새 달빛이 머리맡에서 들쑤신 추궁'도 '추국처럼 불안'할 수 있겠다. '잠을 잃고 뒹'군 불면이 길었던 시인에겐 그러나 시가 있었으니 훗날 여물게 터진다. 마치 '제 날개를 비벼야 울 수 있는 곤충'처럼. 그리고 '떫은 보늬를 벗겨야' 만나는 '희고 달달한 속살'처럼.

대서(23일)니, 여름의 절정이다. 詩산책으로 잠깐 피서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하여 인문도시 수원의 시민답게 시집을 펼치는 밤이면 희미한 별조차 활짝 빛나리니.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이정원 시인, 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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