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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요?”
[연재소설 234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8-24 09:25:40최종 업데이트 : 2010-08-24 09:25:40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림/김호영


  "네가 할 일은 마찬가지다. 네가 속한 장용외영의 일들을 낱낱이 알리거라. 될 수 있는 한 장용외영의 모든 움직임들을 파악해야 한다."
  그때 처음으로 주슬해는 노살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요?"
  주슬해는 끝을 정하지 않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처음으로 탓했다. 온 몸을 불사르는 분노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자신의 결정에 대한 불안과 후회, 그리고 다시 자라나는 분노 속에서 허우적거느라 끝을 궁금해 하지 못하였다.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간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하다. 부처가 보인 깨달음의 경지를 믿는다고 해도, 그 길을 향해 가는 인생은 어차피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가는 지난한 여정임을 알 수 없는 그에게는 더더구나.
  노살은 그러나 대답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알려 줄 것이다."  현의 또한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이놈, 묘적사로 돌아오기 싫은 게냐? 세속에서 살기를 바라는 게야? 이놈 그동안 아주 똥줄이 탔겠구나!"라고 반 놀림의 말을 했을 뿐.

  그러나 이제 주슬해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화성의 장용외영으로 오면서 주슬해의 야망은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이 되어갔다. 정확히 알지 못했던 노살과 심환지의 위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지 못했던 조선 정국의 흐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노론이 가진 힘에 대해서도, 임금이 가진 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처음 마음을 먹는 일의 어려움만 이겨낸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는 것, 싫은 쪽은 외눈을 감고 보지 않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면 그가 바라보는 세상만이 온전한 세상이 된다. 화성의 장용외영에서 주슬해는 그렇게 했다.  

  한 겨울의 매서운 기운이 남아있었지만 팔달산이 품고 있는 화성의 봄 햇살은 따사로웠다. 주슬해는 연무대에 우뚝 선 채 군사들의 훈련들을 지휘하고 있는 이태를 보았다. 

  "어이!"  다음 세를 명하는 이태의 명이 힘찼다. 주슬해는 이태와 사선으로 비낀 아래쪽에서 병사들을 보았다. 이태의 명에 따라 청색 전건(戰巾)과 망수의(蟒繡衣)를 입고 장창을 든 병사들이 일제히 열을 맞추어 빠지고 그들을 엇갈리며 홍색 전건과 망수의 차림에 죽장창을 든 병사들이 연무대 앞 너른 연무장에 들어섰다.
  순식간에 도열한 홍색 차림의 병사들이 죽장창의 세를 시연하기 시작했다. 태산으로 계란을 누르는 자세인 태산압란세(泰山壓卵勢)를 취한 병사들이 두 손으로 창을 심고 흔들어 방아를 찧듯이 하며 기합을 넣었다. 기합소리가 팔달산을 움직일 듯 우렁찼다.

  죽장창의 세는 진왕점기세(秦王點旗勢)로 이어졌다. 진시왕이 기를 점검하는 자세를 닮은 이 세 뒤에는 금룡이 꼬리치는 자세 격인 금룡파미세(金龍擺尾勢), 다시 봉황이 바람결에 춤추는 자세인 단봉무풍세(丹鳳舞風勢)로, 한신이 깃발을 만지는 자세인 한신마기세(韓信磨旗勢)로 이어졌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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