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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지키느냐, 인정을 베푸느냐
[연재소설 205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7-14 09:27:36최종 업데이트 : 2010-07-14 09:27:36 작성자 :   e수원뉴스
원칙을 지키느냐, 인정을 베푸느냐 _1
그림/김호영


  사내의 목적은 성공하는 듯했다.
  묘적사에 현의는 없었다. 사내는 목적을 위해 현의의 출타를 기다렸었다. 묘적사의 실체를 아는데 노련한 지도자는 위험할 뿐이다. 스승을 대신한 세 명의 무승들, 이태 주슬해 강희는 노살이 예상했던 대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 갈팡질팡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비 내리는 깊은 밤 중상을 입은 환자를 내친다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볼 때도, 부처의 가르침으로 볼 때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누구보다 묘적사의 성격을 잘 아는 그들로서는 외부인을 들일 수는 없었다. 

  현의가 없는 절에서 모든 살림의 결정은 이태와 주슬해가 하도록 현의는 정해놓았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적이 침입한 것이라면 둘은 합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내의 등장은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노살이 예상했던 대로, 그리고 사내가 예상했던 대로 사내를 두고 묘적사는 갈등을 일으켰다. 

  핵심은 원칙을 지키느냐, 인정을 베푸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라 해도 묘적사에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태의 말이었다. 대신 주슬해는 반대였다. 이 부분에서 강희는 주슬해의 의견에 동조했다. 무승들의 의견도 둘로 나뉘었다. 

  "모든 규칙에는 이유가 있는 거야."
  "어떻게 모든 일을 규칙대로만 하냐?"
  "여긴 중요한 곳이잖아."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이잖아. 더구나 부처님을 모시는 절 아냐?"
  "맞아 그건 그래."
  "안 돼. 스승님이 그러셨잖아. 이곳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저 사람은 아픈 사람이잖아. 우리가 승려인 줄 알거야."
  "그건 그래."
  "아냐. 안 그럴 수도 있잖아. 저 사람이 간자일 수도 있잖아."
  "말도 안돼."
  "설사 간자가 아니라도 우리의 정체가 저 사람을 통해 새 나갈 수 있어."
  "그건 그래."

  사내는 혼절을 가장한 채 한 밤중에 일어나는 소란들을 통해 묘적사의 정체를 파악해 나갔다. 강희의 목소리로 여승의 존재도 확인했다. 무승들이 묘적사에 들어온 시차에 따라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날 밤 무승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내는 스무 살 근처 어린 무승들이 제법이라 생각했다. 물론 무승들 중에는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목소리도 간간히 들려왔지만. 사내는 만에 하나 자신을 민가로 옮기려든다면 들것으로도 옮길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가장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마음먹었다.

  다음날 새벽, 사내는 도량석 소리에 눈을 떴다. 도량석을 도는 목탁 소리는 경건했다, 사내가 눈을 떠 달라질 것 없는 방안을 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곁에 보지 못한 승이 있었다. 나이든 중이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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