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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운명이라는 단어였다
[연재소설 153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5-03 09:55:41최종 업데이트 : 2010-05-03 09:55:41 작성자 :   e수원뉴스

그것은 운명이라는 단어였다_1
그림/김호영


  "슬해는 화성에 없어요. 스승님."
  현의는 불분명하게 흐려지는 시선 속에서도 이태가 말하지 못하는 진실의 그림자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자리하기 시작한 불길한 예감이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여. 

  "배신...했느냐?"
  이태는 처음 느리고 약한 스승의 말을 잘못 들었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현의는 다시 주슬해가 배신한 것이냐 물었다. 짧은 순간 이태는 갈등하다 마음을 정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스승님. 역시 스승님은 천리안을 가시셨다니까."
  이태가 선택한 것은 배신이라는 현실이 가져다 줄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농을 담은 물타기였다. 그러나 이미 예상을 했다고는 하지만 현의가 받은 충격은 컸다. 힘겹게 뜨고 있던 현의의 눈이 다시 감겼다. 

  "스승님."
  이태가 그를 불렀다. 다시 혼곤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이 현의의 마음을 붙잡았다. 이태가 품 안에서 서유린에게 받은 작은 비단 수건에 싸인 것을 꺼냈다. 풀린 비단 손수건 안에서 목각 부처님이 나왔다. 손때가 묻은 검갈색의 작은 부처는 소박하고 순박한 시골농부를 닮았다. 

  "스님. 이거 보세요."
  이태는 현의의 손에 목각부처를 쥐어주었다. 무뎌진 손의 감각에 이태의 품안에서 따뜻해진 목각부처의 감각이 느껴졌다. 
  "나무관세음보살......."
  현의의 입에서 온기 잃은 염송이 흘러나왔다. 

  "무엇인지 알겠어요? 희 거예요. 희가 보냈어요. 생각나세요? 내가 만들어 줬잖아요. 스님도 칭찬하셨잖아요."
  떠나가려는 배를 부여잡듯 이태의 말은 급했다. 현의가 말했다.
  "아직.......안 죽는다........이놈아."
  이태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알아요.... 알았어요."
  현의가 물었다.
  "희...를........보았느냐?"
  태는 서유린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슬해를.......어찌......할 생각이냐?"

  어찌할 생각이냐니, 이태는 지금 그것을 스승에게 여쭈러 찾아온 것이다. 지금 이태가 스승의 인도를 받고자 하는 일에서 주슬해의 존재는 해가 지면 더불어 사라지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주슬해를 어떡해야 하지? 그제야 이태는 임금의 승하라는 충격에 주슬해에 대한 분노는 그림자와 같은 의미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슬해에 대한 분노는 마음 한 켠에 웅크리고 있었다.
  
  "슬해의 일은......아무 것도 아니예요,, 지금."
  현의가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소리는 낮았고 부글거렸다. 현의가 말했다.
  "모두가....... 니 놈 잘못이야. 모두가......."
  "........"
  "어찌하여.........약속을........지키지 않은.......것이야......."
  회한이 담긴 목소리였다. 이태는 내 가슴 속 무언가가 떨어지며 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생각지 않은 단어 하나가 이태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운명이라는 단어였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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