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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시한 것은 석 달 동안의 묵언이었다
[연재소설 156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5-07 10:04:39최종 업데이트 : 2010-05-07 10:04:39 작성자 :   e수원뉴스
처음 지시한 것은 석 달 동안의 묵언이었다_1
그림/김호영


  "대길이에게는?"
  현의의 물음은 이상했다. 자고로 지금 말의 순서는 점강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거늘, 현의는 정반대로 묻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태는 대길이보다는 청수가 청수 보다는 슬해가 훨씬 위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스니임~!!"
  "대답은 안하고 왜 부르느냐 이놈아!"
  "말이 되요 그게?"
  "어이하여? 허면 나랑 약속을 하겠느냐?"
  "이겨야 된다구요? 이거 편앤데. 아무리 슬해랑 내가 스님과 연이 오래됐다고 해도 똑같은 제자들 아니예요?"
  "에끼 이 놈! 내 말은 강희에게 지면 사형이라 불러야 된다 약속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놈아."

  말도 안 돼, 이태가 소리쳤다. 아무리 강희가 아끼는 '동생'이라고 해도 강희는 무술에 입문한 지 불과 넉 달도 되지 않았다. 그러자 처음 현의가 강희에게 시켰던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 그것이 과연 수련의 과정이나 한 것인가? 의아한 일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슬해와 이태에게는 시켜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묘적사에서 현의는 강희에게 처음 지시한 것은 석 달 동안의 묵언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스님들의 수행법 중 하나가 묵언이라지만 이는 이태와 주슬해에게는 시키지 않은 수련이었다. 

  현의는 어릴 적 슬해와 태에게 염불을 시킨 적은 있었다. 금강경(金剛經)이며 반야심경(般若心經)은 물론 법화경(法華經) 아미타경(阿彌陀經) 천수경(千手經) 팔양경(八陽經) 금광명경(金光明經) 인왕경(仁王經)에 이르기까지. 불경들의 내용은 어려웠고 지루했다. 

  불경과는 반대의 모양새이긴 하나 이태는 묵언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말없이 산다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태에게 현의의 조치는 강희를 또다시 밀어내기 위한 편법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강희는 두 말 없이 현의의 지시를 받겠노라 말하였다. '스님으로 만들 생각이냐' '말도 안 된다'며 방방 뛰는 두 오라버니들의 제법 거센 항의가 뻘쭘해지지 않을 수 없게. 

  강희에 대한 현의의 두 번째 지시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너는 묵언의 금기를 깨트려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현의는 묵언에 다른 또 하나의 수행을 제시한 것이었는데 그 방법이라는 게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그날이었다. 현의가 또 하나의 수행 지시를 내리던 그날. 강희는 현의의 지시에 따라 항아리에 물을 받아 머리에 이고 공양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현의가 희를 불렀다. 강희가 현의를 향해 항아리 인 몸을 돌렸다. 현의가 소리쳤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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