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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간 보살이 아니라 나도 무사라구요!"
[연재소설 143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4-19 10:05:15최종 업데이트 : 2010-04-19 10:05:15 작성자 :   e수원뉴스

공양간 보살이 아니라 나도 무사라구요!_1
그림/김호영


"치, 누가 그렀대요?"
  백동수가 그런 아이들이 마냥 귀엽다는 듯 두 아이의 파르스름한 머리통을 두어 번 문질렀다. 그때 강희가 임시 공양간으로 쓰이는 곳에서 주발들을 얹은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이거 드셔요, 오라버니."
  강희의 손이 먼저 이태에게 내밀어졌다.
  "허어. 이 버릇없는 행동보소."
  강희가 벌쯤 해져 이태 앞에 내밀어진 쟁반을 백동수에게 옮겨놓았다. 

  "나에게는 들라는 말도 없느냐?"
  강희가 삐죽 나온 입을 한 채 백동수를 올려다보더니 불쑥 말했다.
  "나는 공양간 보살이 아니어요."
  "뭐라?"
  생각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면 누구나 먼저 할 말을 잃게 되는 법. 백동수는 생각지 못한 강희의 깜찍한 말에 잠시 멍하니 보다 다시 껄껄 시원한 웃음을 내뱉었다.

  "허면 너는 누구이더냐?"
  현의가 그런 강희를 보았다. 이태와 주슬해는 약간 긴장된 얼굴이 되어 그런 강희를 보고 있고.
  "나도 무사예요."
  "뭐라?"
  "나도 무사라구요."

  묘적사로 올라오면서 현의는 강희에게 남자의 길을 걷겠느냐, 물었었다. 강희가 그러겠다 대답하자 무사의 길을 걷겠느냐, 다시 물었었다. 강희는 이번에도 그러겠다 대답했다. 세상 어떤 일이든 마음이 첫걸음이다. 무사로서의 강희는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한양에 다녀온 뒤에 다시 시작한 이태와 주슬해의 무술 수련에도 현의는 강희에 대해서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강희는 수련을 하는 그들 주위를 맴돌기만 할뿐 아무 말도, 청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이 되었을 때, 강희 대신 이태가 물었다. 강희는 언제 시작하느냐고. 현의는 대답대신 불호령을 내렸다. 그것이 강희 네 마음이냐고.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네가 말해야 한다고. 한 바탕 호된 꾸지람이 지나갔을 때, 강희는 자신에게도 가르침을 내려달라 청하였다. 하지만 현의는 "기다리거라" 한 마디만 했다.

  그것은 시험이었다. 현의가 강희에게 내린 첫 번 째 시험.
  다시 백동수의 웃음이 터졌다. 현의가 강희의 말을 고쳐주었다.
  "무사가 아니라 무사가 될 것이지."
  "맞아요."
  이태가 강희 옆에 서 쟁반을 빼앗아들며 말했다. 주슬해가 그런 이태를 보다 강희를 보다 하다 이태 손에 들린 쟁반 위 사발을 들고는 말했다. 

  "안 마실 거예요?"
  그리고는 벌컥벌컥 한 사발의 물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제서야 백동수도 쟁반의 사발을 들어 마셨다.
  "매실이구나."
  "칫! 그걸 마셔봐야 알아요?"
  주슬해가 퉁박스럽게 말했다. 

  "허어, 이 놈 보세. 마셔봐야 알지, 그럼!"
  "난 안 마셔 봐도 알아요!"
  마신 사발을 이태가 든 쟁반 위에 내동댕이치듯 던진 주슬해가 심술 난 몸짓으로 이제 반은 지어진 묘적사 대웅전 뒤편을 향해 걸어갔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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