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만물은 모두 하나의 도로부터 근원한다
[연재소설 130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3-31 11:15:18최종 업데이트 : 2010-03-31 11:15:18 작성자 :   e수원뉴스
만물은 모두 하나의 도로부터 근원한다_1
그림/김호영


 "그대는 척계광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현의는 현기증을 느꼈다. 임금은 이미 모든 병서들을 독파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모든 책들의 지엽적인 내용들까지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내용인 즉 이러하였다. 선조의 명을 받아 '무예제보'를 편찬한 조선의 한교가 명나라의 허유격(許遊擊)에게 기예에 대해 묻자 허유격이 척계광(戚繼光)의 말이라며 대답하였다. 

  "24세가 하나의 세로부터 변화한 것이며, 하나의 세는 백여 세의 변화도 가능하므로 12세의 동작도 많다."
  그러니까 지금 정조는 현의의 말을 척계광이 한 말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세상 만물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상대도 그러하고, 싸움의 상황 또한 그러합니다."  현의는 덧붙여 말하고 싶은 말, 각기 다른 사람과 상황에는 강한 사람도 있고, 유연한 사람도 있으며, 민첩한 사람도 있고, 또 몸이 무거워 둔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이렇듯 각기 다른 상대와 상황 앞에서는 같은 태도와 동일한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여기 함께 있는 임금이며 이덕무, 박제가에게 그것은 사족과 같을 것이기에.

  정조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대는 필종일시의 이치를 말하고 있는 것인가?"
  필종일시(必從一始)*<문자> 자연편. 그것은 노자가 말한 것으로 일의 핵심은 하나로부터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임금이 호방하게 웃었다. 

  "<문자>에는 노자의 다음 말로 자고급령(自古及令)이라 했사옵니다."
  이덕무였다. 이 말은 그렇게 하나로 시작된 세상의 일은 때를 기틀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현의가 뒤에 이어지는 지미무형(至微無形) 천지지시(天地之始) 만물동어도이수형(萬物同於道而殊形) 지미무물(至微無物) 고능주휼(故能周恤)에 대한 말로 이덕무의 뒤를 이었다. 

  "이거야 원.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말이 없던 백동수가 퉁한 말투로 끼어들었다. 이덕무가 그런 그에게 말했다.
  "이 사람아. 지극히 은미한 것은 형체가 없으니 천지의 시작이 되고, 만물은 모두 하나의 도로부터 근원하나 형체는 각기 달리한다. 지극히 작고 미미한 것은 구체적인 사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만물을 두루 사랑할 수 있으며, 지극히 큰 것은 밖이 없기 때문에 만물을 다 덮을 수 있다, 이런 뜻일세. 공부 좀 하시게나."

  "허허허허....... 문무를 겸비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던가. 그만하면 장군의 식견은 갖춘 듯하니, 너무 타박 마시게나."  임금의 옥음에는 둘을 놀리는 듯한 농기가 담겨있었다. 뚱한 얼굴을 하고 있던 백동수가 임금의 말에 낮 빛을 고쳤다. 잠시 세상의 기반, 세상의 뿌리, 세상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던 대화를 끊어낸 것은 백동수였다.  

글/이기담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